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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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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식사로 건강한 삶 누리기

보약 한 첩보다 든든한 밥 한 끼

  • 기사입력 : 2019-10-27 20: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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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의학에는 ‘먹는 음식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약 못지않게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서양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가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양 최고의 의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도 다섯 가지 곡식의 기미를 가지고 많은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동양의학에서는 ‘약보불여식보’(藥補不如食補)라 해 ‘약은 먹는 음식만 못하다’는 말도 있다. 이밖에 결이 다른 말이지만 프랑스 한 철학자는 “네가 먹는 것을 이야기해 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식습관이 건강 유지와 질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식습관 불균형이 뇌혈관 질환, 심장병, 위암, 고혈압성 질환,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건강하게 잘 먹기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 영양 불균형, 신체 불균형 야기할 수도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질병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식사요법을 시도한다. 이러한 다이어트 방법들은 영양상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식품 선택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 식사요법은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와 ‘간헐적 단식’이다. 그전에도 덴마크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레몬 디톡스, 해독주스 다이어트 등) 등 많은 식사요법이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으며, 주로 체중 감량과 대사 이상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했다.

    이 방법들의 특징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다량 영양소 조성을 변화시키거나 특정 식사 패턴을 이용해 에너지 섭취를 줄여 체중 감량과 이에 따른 만성 질환의 개선을 유도한다. 탄수화물은 10% 이내로 매우 적게, 대신 지방을 70~75%까지 많이 섭취하는 일명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단기적으로 체중, 혈당,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지방 섭취가 늘어나면서 혈중 지질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저탄수화물 식사는 골다공증, 신장 결석,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암 발생 위험 증가는 저탄수화물 식사 시 항산화제, 식이 섬유질과 같이 암 예방과 관련된 물질들이 많이 포함된 채소와 전곡류의 섭취가 감소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아직 연구는 부족하다. 육류, 유제품, 버터와 같은 포화지방이 높은 식품 등의 고지방을 섭취하면 심혈관질환이나 암의 위험이 커진다.

    ◇골고루 잘 먹는 건강한 식습관

    한쪽으로 치우친 식사는 여러 가지 건강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또 대부분 다이어트는 특정 식품의 선택을 제한하므로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의 개인 하루 필요량을 충족시키기 어렵고 전체적인 영양 균형이 깨어지기 쉽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는 비타민 A, E, 티아민, B6, 엽산, 칼슘, 마그네슘, 철분, 칼륨과 식이섬유가 부족해지기 쉽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과잉 공급되기 쉽다. 초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사는 비타민 E, B12, 아연, 칼슘, 철분, 마그네슘을 부족하게 섭취할 위험이 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장기적으로 지속해서 실천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간 시행했을 때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1년 이상 저탄수화물 식사를 시행한 연구 결과를 종합했을 때 단기간에 나타났던 체중 감량 효과가 1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저탄수화물, 고지방, 고단백질 식사 요법을 시행한 연구에서 이러한 식사요법을 1년 이상 유지한 사람의 비율이 4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기 많은 육류, 계란, 치즈, 버터 등 고지방 식품을 맘껏 먹어도 탄수화물만 먹지 않으면 살도 빠지고,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앳킨스 다이어트를 만들었던 로버트 앳킨스가 죽기 전 수차례 심장마비를 겪었고, 체중이 120㎏에 달했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정 영양소를 과도하게 적게 또는 많이 먹어도 괜찮다는 근거는 부족하고, 특히 장기적인 건강 관점에서 의학적 근거는 턱없이 부족하다.

    개인의 체중과 질병 상태에 따라 하루에 필요한 섭취 에너지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다량 영양소 섭취권장량은 달라질 수 있어서 한쪽으로 치우친 식습관은 일부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는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다이어트를 고려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미리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포함한 음식들로 적절한 칼로리를 섭취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항상 유효하며 자신의 건강을 잘 관리하는 확실하고도 지속가능한 방법이다.

    도움말= 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10월호 일산백병원 윤영숙 교수

    정오복 선임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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