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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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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환불균하고 환불안하라- 박순걸(밀양 예림초 교감)

  • 기사입력 : 2019-10-28 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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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어 계씨편에 不患寡而患不均(불환과이환불균) 不患貧而患不安(불환빈이환불안)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정치를 함에 있어 백성이 부족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백성이 불평등한 것을 걱정하며, 백성이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백성이 불안한 것을 걱정하라’는 뜻이다. 중국의 춘추시대에는 백성의 수가 군사력을 상징하고 백성의 가난은 곧 국가 경제력의 상실로 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였다. 따라서 당시의 위정자들에게 ‘백성의 수와 가난을 걱정하지 말고 불평등함을 걱정하라’는 말은 얼토당토않을 이야기였을지 모른다. 오히려 이 말은 2500여년을 건너뛰어 오늘에 더 마땅한 가르침을 준다. 국민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권력과 정보를 가진 이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헌법과 국민 위에 군림하는 당당한 행보를 보면서 분노와 좌절을 보내고 있다. 국민들이 위정자들에게 쥐여준 권력은 그들의 특권과 기득권을 유지하라고 준 것이 아니라 공자의 말씀처럼 백성의 불평등을 걱정하고 그래서 그들의 불안함을 해소시켜 법 앞에서만큼은 모두가 평등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건설하라는 것이다.

    오늘날 교육 정책에 ‘환불균’을 묻고자 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으로 인해 구두닦이를 하며 학업과 생계를 유지했다. 당시의 학교는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진로보다는 소위 SKY로 명명되는 대학에 학생을 몇 명이나 보내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다. 아쉽게도 이러한 관심사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권력과 경제력을 넘어 정보까지 쥔 소수에게 유리한 불공정한 제도가 공정한 경쟁으로 포장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소수를 위해 다수가 들러리를 서는 무늬만 평등한 교육현실에 경종을 울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제라도 학생들이 균등하고 안정된 학교생활을 통해 자신의 꿈과 진로를 잘 찾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교육의 방향과 입시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의 대학입시 과정에 대한 전수조사 특별법이 발의되고 있다. 2019년의 가을, 공자의 말씀을 통해 권력의 남용과 특권의 타파를 함께 외쳐본다.

    박순걸(밀양 예림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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