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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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00) 비위재상(備位宰相)

-자리만 채우는 정승

  • 기사입력 : 2019-10-29 07: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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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력에서 1인자와 2인자는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1인자가 2인자를 죽이거나 살리거나 할 수 있으니까.

    중국 국무총리였던 주은래(周恩來)는 한때 최고지도자 모택동(毛澤東)의 상관이었다. 그러나 문화대혁명 중에 현직 국무총리인 그가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 마루 바닥에 지도를 펼쳐 놓고 무릎으로 뿔뿔 기면서 모택동에게 브리핑을 했다.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직후 최고실력자 등소평(鄧小平)에 의해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해시장 강택민(江澤民)이 일약 공산당 주석으로 등장하였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강택민은 허수아비로 곧 현직 국무총리 이붕(李鵬)에게 밀려난다”라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강택민은 그 이후 13년 동안 최고권력을 향유하였다. 공산당 주석이 거느린 비밀경찰만 60만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무총리는 대통령 다음의 2인자다. 대한민국 헌법에 이런 조항이 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유고시 권한대행으로서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지휘할 수 있으며 국무위원을 통솔한다.”,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45명의 국무총리 가운데 헌법에 명기된 대로 총리 역할을 수행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취임할 때는 ‘대통령 연설문이나 대신 읽는 대독(代讀)총리가 안 되겠다’, ‘행사장에 얼굴이나 비치는 마담 총리가 안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과는 거의 모두 유명무실한 존재로 되고 말았다.

    지금의 이낙연(李洛淵) 총리는 군형감각이 있고, 큰 말썽도 없다. 국회위원 시절에는 최우수 상임위원장에 선정된 적이 있다. 지금은 1987년 개헌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되었고, 차기 대선 당선가능성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그러나 총리가 되고 나서는 자기 목소리를 못 내고,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것 같다. 역시 ‘자리만 채우는 정승[備位宰相]’을 면치 못하는 것 같다.

    최근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두고 국회에서 답변하면서, “여자 둘만 있는 집에서 남자 검사들이 11시간이나 마음대로 수색을 하고 음식을 시켜 먹은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사실이 아닌 거짓말이다. 대통령이 조국 장관을 좋아하니까 그렇게 말한 것 같다. 총리는 대통령에게 장관 임명을 제청할 수 있고,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대통령과 친근하고 밤에 만나 술도 마시는 모양인데, 여론을 반영한 그런 건의는 전혀 못하는 것 같다.

    수사에 있어 남자 여자를 구분하는 것도 우습지만, 사실은 당시 여자 검사와 수사관이 같이 있었고, 식사도 조국 장관의 가족의 권유로 같이 했다고 한다.

    최근 대통령을 포함해서 정치가들의 거짓말이 난무한다. 왜 정치가들이 거짓말을 하는가? 거짓말을 하면 많은 비난을 받지만, 자기 당파 규합이나 선전에 더 큰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동방한학연구소장

    * 備 : 갖출 비 * 位 : 자리 위

    * 宰 : 재상 재 * 相 : 정승 상

    * 政 : 정사 정 * 丞 : 정승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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