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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대학입시, 제도가 문제였나?- 조윤제(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10-29 20: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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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력고사와 수능의 폐해

    해방 이후 각종 혼란을 겪으면서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기. 학보모들은 교육을 통해 가풍을 지키거나, 반대로 신분 상승이 가능해 자녀교육에 엄청난 열정을 쏟았다. 1960년대까지 입시는 ‘대학별 고사’로 치렀는데,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일부 특권층의 부정입학이 생기면서 입시제도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1969년 등장한 것이 대학입시 ‘예비고사’ 제도였다. 대학입시 자격 여부를 판정했던 이 예비고사 제도는 엉뚱하게 과외를 양산했고, 특히 교사 등에 의한 고액과외가 횡행해 큰 사회문제가 됐다. 그래서 1982년 새롭게 만든 게 ‘대학입학 학력고사’였다. 학력고사 점수를 갖고 원서 마감 전까지 학과를 선택해 전형토록 했는데, 원서접수 학과에 따라 경쟁률이 치열한 곳, 미달된 곳이 극명하게 갈려 원서접수 눈치작전이 극심해 문제가 됐다. 결국 암기 위주의 획일적 입시제도를 고치기 위해 1994년 등장한 제도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수능’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주관식 문제도 출제해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를 검증하기도 했다.

    #획기적 대안, ‘수시전형’ 등장

    수능 점수만으로 대입전형을 치르던 입시방식이 수년간 진행되는 동안 획일적 입시제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전교조, 교육학자 등 여러 곳에서 나왔다. 특히 교실 교육의 한계로 인해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입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 삼수를 감수하는 세태가 증가했다. 급기야 지난 2002년 논술면접 비중 확대 등 초기 단계의 수시전형이 등장했다. 2008년에는 입학사정관 제도가 만들어져 수능 점수와 입학사정관에 의한 면접 전형이 생겨나 입시전형이 다양화할 수 있었다. 이같은 수시전형은 계속 보완되면서 내신성적이 반영되는 학생부 교과전형, 인성과 적성이 반영되는 학생부 종합전형, 논술고사, 실기, 특기자 전형 등으로 분화했다. 전국 대학의 수시전형을 갈래별로 분류하면 3000가지 이상이나 돼 성적만으로 줄을 세우는 획일성 교육을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학생들이 고교 3년간 다양한 교내 경진대회 도전과 봉사·동아리활동 등을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을 통해 지방이나 시골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수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수시전형 논란, 과연 제도 탓일까?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과 교육당국은 과거의 ‘교실수업형 주입식’ 입시정책으로 눈을 돌린다. 수많은 검증과 공론화를 통해 만들어진 수시전형을 쪼개고, 정시전형 확대라는 획일화된 일제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수시전형을 악용하는 병폐와 적폐는 언급 없이 정책이 잘못됐다며 바꾸겠다는 발상이다. 빈대는 잡지 못하고 초가집만 태울까 걱정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수시 70%, 정시 30% 비율에서 정시 비중을 더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에 당장 현직 교사들은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문제를 더 맞히려는 기계적 문제풀이에 집중하게 돼 학생들의 인성과 적성이 무시된다고 강변한다. 특히 다양성과 적성이 중시되는 열린교육보다 수능 위주 수업으로 개편이 불가피해 학교 교육과정이 파행을 겪게 된다고 걱정한다. 최근 사회문제가 된 ‘가짜 스펙 사태’를 보면서 지금 교육현장에서 ‘진짜 스펙’을 쌓고 있는 대다수 학생들이 정신적, 실질적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당장 급한 마음에 어설프게 입시제도를 고치려 들지 말고 진짜 뭐가 문제인지 입시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제대로 대처하기 바란다.

    조윤제(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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