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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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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플랫폼 전쟁,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안태홍(BNK경남은행 상무)

  • 기사입력 : 2019-10-30 20: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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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무엇으로 보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질문해보면 어떤 답이 나올까? 의외로 “드라마는 TV에서, 영화는 극장에서”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TV 등 전통적인 매체를 통한 영상 콘텐츠의 소비가 줄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영상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몇 년 사이 영상을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업자들이 발전된 기술로, 보다 좋은 화질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함에 따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일부 OTT 업자의 경우 가족 단위로 접속ID를 공유하면 더 저렴한 소비가 가능한 가격 정책을 펼쳐 젊은세대는 물론 그 부모세대까지 OTT서비스로 유도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이유이다. 특히 선발 주자인 ‘Netflix’는 전세계적으로 6000만명 수준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월 유료 방문자수가 240만명을 돌파(2019년 2월 기준)할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OTT를 통한 영상신청이 대세의 반열에 오름에 따라 전통적 콘텐츠 제작자이자 주요 소비채널이었던 방송사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TV를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해당 드라마에 붙는 광고의 영향력이 감소한다는 뜻이고, 이는 방송사의 수익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방송사는 이익보전을 위해 OTT 업자를 통한 유료 콘텐츠 판매로 활로를 찾고 있다. 실제로, ‘WAVVE’나 ‘NETFLIX’ 등과 같은 OTT 플랫폼에서는 특정 방송사의 드라마 본방송이 끝나자마자 해당 드라마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볼 수 있게 되어 있고 이런 정책을 가진 방송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거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생기면서 배급사가 제작사에 큰 영향을 준 것처럼 이제는 OTT 업자가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부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요식업계의 경우만 하더라도 ‘철가방’으로 비하되던 음식배달 ‘일’이 ‘산업’으로 성장해 식당들의 매출을 좌우하기에 이르렀다. 은행의 경우도 양상이 다르지는 않아 다수의 핀테크 업체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을 구축해놓고 각 은행으로부터 제공받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500만명이 다운로드하였다는 ‘뱅크샐러드(앱)’의 경우 은행과 연동하여 관리하는 금융자산 총액이 지난 10월 현재 15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각 금융기관이 만드는 open-API를 통해 지급결제망과 금융데이터가 본격적으로 개방되게 되면 그 성장의 크기와 범위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은행도 방송사가 플랫폼 기업에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활로를 찾듯이 핀테크 기업과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데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사업모델은 승자독식의 구조라는 데 주목할 수밖에 없다. 고객은 가장 특별하거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며, 특히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업자들의 경우는 소위 킬러 콘텐츠를 가지느냐가 승부의 주요 포인트가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도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리고, 고유의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 ‘디즈니’나 ‘HBO’ 등도 새롭게 OTT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은행은 스스로 고유의 킬러 콘텐츠를 준비하고 파트너로 맞이할 미래의 1등을 찾는 잣대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드라마 시청인구가 느는 만큼,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는 만큼, 은행이 핀테크 기업과 손잡더라도 금융수요가 성큼 늘어날까 하는 부분에서는 고민이 많다. OTT 중 1위인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경쟁자를 ‘잠’으로 정의한다. 그 시장과 그 자신감이 참으로 부럽다.

    안태홍(BNK경남은행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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