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사람속으로] 경남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 방원우 경장

“범인 마음 깊숙한 곳 ‘그놈 목소리’ 들어요”

  • 기사입력 : 2019-10-31 21:02:36
  •   
  • 경남에서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그 범죄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가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profiler) 방원우(38) 경장이다.

    범죄자와 만나 범죄에 대한 동기와 심리, 과정을 밝혀내는 것이 그의 일이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인 안인득, 창원 골프연습장 살인범 심천우도 그의 조사를 받았다.

    대중의 지탄을 받는 흉악범들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깊숙이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경남경찰청 과학수사대 조사실에서 그를 만났다.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 수사관) 방원우 경장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 수사관) 방원우 경장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의 유일한 프로파일러다. 도내 각지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많을 텐데 바쁘지 않나.

    살인사건 같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23개 경찰서에 다 투입된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대형 사건이 매일 발생하지는 않는다.(웃음) 평상시에는 출근 후 밤 사이에 도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확인해서 프로파일링 투입이 필요한지 검토하고, 사건 담당자와 논의해서 투입을 결정한다. 단순 절도 사건처럼 보여도 연쇄성을 가질 경우에 동기 분석을 위해 프로파일러가 투입되기도 한다. 지방경찰청마다 프로파일러의 규모와 하는 업무가 조금씩 다르다.

    -진주 안인득 사건 때 안의 심리 상태를 브리핑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사건을 겪으면서 어땠나.

    검거 직후부터 안인득과 면담을 시작했고 총 네 번의 면담을 했다. 안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매번 진술이 일관됐다. 그가 겪고 있는 정신질환 증상과 맞물리는 정황이었다. 프로파일러가 되기 전에 수년간 병원에서 임상심리 일을 한 것이 안인득 사건을 조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사건 당시에는 여론의 관심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사건 이후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커지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또 안인득 사건에서는 당사자보다는 친형과의 면담이 기억에 남는다. 피의자 가족이 느끼는 또 다른 의미의 죄책감을 보면서 피의자 가족도 어쩌면 또 다른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상심리 일을 했었나. 그러면 어떻게 경찰(프로파일러)이 됐나.

    심리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경찰이 되기 전까지 대구경북대 정신과, 학생건강지원센터 등에서 임상 관련 일을 했다. 일을 하면서도 어린 시절 꿈이었던 경찰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2014년 프로파일러 특채 공고를 보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도전하게 됐다. 당시 큰아이가 7살이고 작은아이가 뱃속에 있었다. 1년간 준비 과정에서 아내가 부담스러울 법도 했는데 적극 응원해 줬다. 시험은 구술과 체력으로 이뤄졌는데 신문의 사회면을 열심히 봤고, 수영과 격투기를 꾸준히 했다. 2015년 합격공고가 났을 땐 아이가 태어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인생 최고의 희열을 느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벅찬 감정이 생긴다. 경찰청 프로파일러 특채로는 5기다.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 수사관) 방원우 경장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 수사관) 방원우 경장. /김승권 기자/

    -왜 경찰이 되고 싶었나.

    청소년 시절부터 범죄사건이나 범죄심리에 관심이 많았다. 또 성격상 사무실 안에서 하는 일보다는 활동적인 일을 하는 것이 맞아서 경찰 일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 후 임상심리 일을 선택한 것도 심리학 분야에선 활동적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임상심리는 통계적으로 이탈된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다루는 것이다. 프로파일러 역시 사회 규범을 벗어난 행동과 심리를 가진 범죄자들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되고 처음으로 맡은 사건이 무엇이었나.

    2015년에 발생한 마산 무학산 살인사건 피의자가 첫 면담이었다. 피의자는 범행 후 도피하면서 매일 밤 그때 당시 상황이 떠올라서 힘들었다며 면담 내내 울었다. 피해자 가족에게 미안하다고도 했다. 아직도 그 눈물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무학산 살인사건 피의자 A(50)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피의자가 있나.

    악한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때가 있다. 창원 골프연습장 납치 살해범 심천우의 경우 살인 후 당당하고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양산에서 밧줄을 잘라 노동자를 숨지게 한 피의자의 태도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프로파일러로 상담 중에는 일반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훈련이 돼 있긴 하지만, 그런 피의자들을 대할 때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럴 땐 바람을 잠시 쐬고 들어오면서 상담을 이어간다.

    -범인들과 기 싸움이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떤가.

    일부러 기싸움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말을 잘 해야 한다.(웃음) 면담이 말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범죄자와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순발력 있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기술이 필요하다. 날이 서서 기싸움을 하려는 피의자도 있긴 하지만 맞서지 않으면 시간이 지난 후 누그러진다. 대부분 프로파일러와 만날 때 피의자는 구금돼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데, 그런 피의자들이 거부감 없이 프로파일러를 신뢰하고 기댈 수 있도록 라포르(rapport·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경남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 방원우 경장이 거짓말 탐지 검사실에서 피의자의 호흡,맥박,혈관수축등 거짓말 탐지기가 기록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흉악범들의 심리는 일반인과 어떻게 다른가.

    범죄자들은 범죄 충동을 제어하는 장치가 없다. 우리 모두 화가 나거나 할 때 나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를 제어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그런데 범죄자들은 이러한 제어를 하지 않고 실행으로 옮긴다는 게 차이점이다.

    또 현재까지 만났던 대부분의 피의자는 사회적으로 혹은 가정 내에서도 고립된 채 지냈던 사람들이 많았다. 범행을 결정하기까지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을 만한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러한 생활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범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범죄 수사에서 프로파일러의 역할은 무엇인가.

    프로파일러는 전문적인 견해를 통해 사건의 부족한 퍼즐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프로파일러가 영화처럼 극적인 해결을 하고 모두의 찬사를 받고 사건 해결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매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긴 시간 고민의 결과로 결론을 내리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프로파일러는 그 말을 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찾기 위해 외로운 시간을 가지고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 범인을 검거한 후에도 동기 확인이 어렵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범행을 설명함에 있어 프로파일러의 접근방식이 동기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고, 수사 시간을 단축시키는 역할도 한다.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 수사관) 방원우 경장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 수사관) 방원우 경장. /김승권 기자/

    -매번 흉악범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

    직업과 일상을 분리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데도 가끔 힘들 때가 있다. 사건에 몰입해서 피의자 행동을 추정하고 피해를 입힌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사건 해결 후에도 그때의 상황 장소 등이 떠올라서 마음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지 않고,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한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어떤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나?

    처음 경찰에 들어왔을 때 권일용 교수님께서 경찰다운 삶을 살아라는 당부를 했다. 아직도 그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퇴직하기 전까지 정답을 찾아가는 게 꿈이다. 또 더 일을 잘하는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 프로파일러가 일을 잘하면 범죄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내외부적인 궁금증도 해소시킬 수 있으며 경찰 업무에 대한 국민 만족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