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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자치분권·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신도시 - 강재규(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9-11-03 21: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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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여름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세 나라를 둘러보는 8박 10일간의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바덴바덴, 뮌헨, 프라이부르크, 뉘른베르크, 밤베르크 등의 독일 도시들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스위스의 루체른까지, 비록 주마간산이었지만 이들 나라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길지 않은 여행 기간이었지만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리자마자 떠나기 전 예약을 미리 해 둔 렌터카를 찾아 계획했던 일정 따라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 한글 내비게이션 앱을 구입해 핸드폰에 미리 깔아 두어서 국내 여행처럼 큰 어려움이 없었다.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의 인구가 약 367만여 명, 2대 도시인 함부르크가 약 174만여 명, 뮌헨이 약 145만여 명, 프랑크푸르트는 불과 70여만 명에 그치고, 스위스도 수도인 베른시가 약 17만여 명, 제1의 도시인 취리히시가 약 40여만 명에 불과하다.

    독일의 주요 도시들은 동서남북으로 각기 흩어져 있으며, 도시마다 역사, 문화, 산업 측면에서 고유한 특성들을 갖고서 주민들의 자족적인 삶이 보장되는, 그야말로 자치분권의 모범국가이자 머리를 감싸고 고민할 필요조차 없이 자연스럽게 국가균형발전이 담보되는 그런 나라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스위스나 프랑스도 독일과 다르지 않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현재 처한 구조적 모순의 원인을 두 가지로 압축하면, 첫째가 남북분단이요, 둘째가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일극 집중이라 생각한다. 두 가지 모두 풀기가 간단치 않은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지혜를 모으고 강력한 실천적 의지만 있다면 결코 그 해결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올해 7월 1일 기준으로 비수도권 인구가 수도권 인구보다 2만1000여 명이 많다고 한다. 백분율(%)로는 비수도권 인구와 수도권 인구가 거의 근접한 상태인 50%까지 인구 격차가 좁혀졌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는 시점은 내년인 2020년이라고 한다. 이후 2047년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이 51.6%로 비수도권 인구 비중 48.4%보다 3.2%까지 많아질 것이라 한다. 국토 면적의 12%인 수도권에는 인구 절반이 모여 살고, 1000대 기업 중 74%가 수도권에 집중하고, 전 국민의 연간 신용카드 사용액의 8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최근 10년 동안 부산의 핵심 취업연령인 25~29세 인구는 30만명에서 22만명으로 27% 감소하고, 지난해 경남을 빠져나간 20~30대 청년들이 6만7000여 명, 이들 중 3분의 1인 34.6%가 수도권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청년 유출의 원인 중 63.9%가 직장문제였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지로 경기 남양주 왕숙 2곳,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 등 5곳을 공공택지지구로 최종 지정해, 여의도 8배 면적에 총 12만2000채를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3기 신도시는 서울의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주택공급 증대정책이란다.

    이처럼 정부의 3기 신도시 정책에는 서울의 집값을 잡겠다는 근시안적 정책 일념 외에는, 세계사적 조류이자 시대정신이라 할 ‘국가균형발전’이나 ‘자치분권의 실현’을 통한 ‘재조산하(再造山河)’라는 국정 목표나 그 지향점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가균형발전이나 자치분권은 그만큼 멀어져갔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국가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이들의 올곧은 철학과 장기적인 안목이 기대되는 아주 아쉽고 안타까운 지점이다.

    강재규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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