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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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기억들…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다시 채울 수는 없어도 좀더 붙들 수는 있어요

  • 기사입력 : 2019-11-10 21: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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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대 초기만 해도 치매환자 대부분은 기억장애와 함께 이상행동(의심증, 환각증, 공격성, 안절부절못함 등)이 있는 환자들이 많았다. 주된 진단은 ‘진행된 알츠하이머병’이었다.

    진행된 치매환자에게는 의사가 처방할 약이 제한적이고, 사고의 위험 때문에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간병하는 보호자에게는 매우 큰 고통이다. 그런데 요즘 치매클리닉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경증의 기억장애와 치매에 대한 걱정, 또는 보호자들을 위한 검진 차원의 방문이 많아졌으며, 대부분의 진단명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나 초기치매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치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변화와 함께 의학수준, 진단기술의 발전 등이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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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진단과 최신 치료 연구

    지난 50여 년간 치매연구자들은 많은 연구를 수행했고, 성과를 이뤘다. 먼저 치료 측면에서 검증된 치매 약제가 크게는 2종류, 세분해서는 수십 종류의 약제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 약제들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져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 개선효과와 더불어 행동장애 개선효과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들이 발표됐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약제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또 치매를 호전시킬 수 있는 약제도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의 약제들은 치매의 진행을 유의미하게 늦춰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적으로 소모하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진단 측면에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돼 더욱 효과적인 조기진단을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림 A와 같이 치매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뇌 내에는 병적인 단백질이 쌓인다. 연구자들은 40대부터 미세한 병적 변화들을 시작한다고 한다. 치매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런 병적 소견을 발견하고자 수많은 연구를 했다. 최근에는 피 한 방울, 뇌척수액, 정밀MRI, PET검사 등을 통한 임상적인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뇌 안의 치매 병인 소견을 알아내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고, 일부 의미 있는 결과들을 발견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국내에서는 PET검사를 통해 뇌 내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존재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MRI도 뇌의 위축 정도나 부위를 특정해서 알츠하이머병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검사는 신경심리검사이다.

    신경심리검사는 환자를 대상으로 2~3시간 동안 기억력, 전두엽 및 집행기능, 언어 및 관련 기능, 시공간 구성기능, 주의 집중력 등의 인지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인지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치매가 있는지, 치매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초기, 중기, 말기), 치매의 원인이 알츠하이머형인지 다른 원인(혈관성치매 등)인지를 예상할 수 있다.

    ◇조기진단, 조기치료가 중요한 이유

    현재 치매를 진단하는 의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다. 그림 B, C를 보면 조기진단과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프와 같이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를 꾸준히 유지하면 질병의 진행속도를 늦춰 결국은 시간·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반면 치료가 늦으면 늦을수록 효과는 떨어지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림B처럼 치료를 하다가 중간에 중단하면 다시 진행이 빨라져 말기치매가 앞당겨질 수 있다.



    ◇어떤 환자가 검사를 받아야 하나

    기억장애를 주된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문진상 건망증인지 치매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기억장애의 정도, 예를 들면 아주 중요한 사건이나 약속을 잊어버리면 치매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가령 75세 할머니가 매년 주관하던 배우자의 제삿날을 잊어버린다면 굉장히 중요한 사건을 잊는 것이다. 이런 환자의 경우 정밀한 검사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사소한 일들, 예를 들어 열쇠나 휴대폰 둔 곳을 잊어버린다면 건망증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경미한 기억장애라도 빈도가 아주 잦은 경우 검사를 해봐야 한다. 그래서 기억장애의 빈도는 건망증과 치매를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치매환자에게 제일 중요한 검사는 신경심리검사이다. 치매 진단을 위해 MRI를 원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많은데, MRI만으로는 치매 진단에 한계가 있고 결론을 낼 수도 없다. 꼭 신경심리검사를 병행하거나 선행해야 한다.

    ◇약 외에 어떤 노력이 치매 예방?

    중년기 취미 활동이 노년기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독서, 외국어 학습, 악기 연주, 유산소운동 등의 취미생활이 치매 방지에 도움을 주며, 노년까지 지적능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젊을 때 두뇌를 최대한 사용하는 활동은 이른바 ‘인지 예비능력’을 북돋아준다.

    35~65세 사이에 하는 활동이 65세 이후 치매발병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은퇴 전에 여가를 보내는 유형이 치매발병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나이가 들면 뇌는 작아진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기억력이나 IQ를 여전히 유지한다. 이는 중년 때의 취미활동이 ‘인지 예비능력’을 증가시켜 나이에 따른 뇌 수축에도 불구하고 사고능력을 지탱하고 있는 덕분이다.

    외국어와 악기는 뇌를 좀 더 효율적으로 되도록 훈련한다. 두 개 또는 여러 언어를 하는 사람이나 악기 연주자는 뇌의 다른 부위들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사용해 정보를 간직하는데 더 뛰어나게 한다. 이런 에너지 효율방식이 뇌를 인지력 감퇴로부터 보호해 치매 발병을 늦춘다. 걷기와 뛰기 등 유산소운동도 뇌 수축을 예방해 치매를 막아준다. 가장 먼저 악화되기 시작하는 뇌 부위는 해마로 알려진 기억 관련 부분인데, 운동은 ‘뇌에서 유래한 신경영양인자’로 불리는 화학물질을 분비해 노년성 퇴행을 예방해준다.

    창원파티마병원 신경과 권재철 과장은 “65세 이상의 노년기에서도 치매예방을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꾸준한 운동, 사회활동(예를 들면 친구들과의 모임, 마을회관 나가기, 종교 활동 등) 그리고 신문, 뉴스보기, 일기쓰기 등과 같은 적극적인 두뇌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신경과 권재철 과장

    정오복 선임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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