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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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02) 피모지견(皮毛之見)

- 껍질 위의 털 같은 견해, 외면만 보는 견해.

  • 기사입력 : 2019-11-12 07: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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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은 국제화시대가 되어 각 나라 사이의 교류가 빈번하다.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건 간에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달된다. 지구촌(地球村)이라는 말이 생겨났듯이, 전세계가 한 마을 같다는 것을 실감한다.

    원활한 국제교류를 위해서나 우리나라 이익을 위해서, 전세계에 우리나라를 정확하게 잘 알릴 필요가 있고, 다른 나라도 우리가 정확하게 잘 알 필요가 있다.

    미국 여류소설가 펄 벅이 쓴 장편소설 〈대지(大地)〉는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번 번역되어 잘 알려져 있다. 펄 벅은 이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펄 벅은 40년 가까이 중국에서 살았고, 어릴 때 자신이 중국 사람인 줄 착각할 정도로 중국 말과 생활이 중국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익숙했다. 〈대지〉를 두고 사람들은 중국 작가보다 더 중국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잘 묘사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정작 펄 벅 본인은 “〈대지〉 같이 외국인이 묘사한 중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은 어딘가 모르게 몇 겹 막(膜)이 쳐져 있어, 안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다. 영어를 잘하는 중국 사람이 쓴 중국을 소개하는 책이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펄 벅이 미국서 임어당(林語堂)을 만나 영어로 중국을 소개하는 글을 쓸 것을 권유했다. 그렇게 해서 임어당이 저술한 책이 〈나의 나라, 나의 사람〉[My Country, My People]이다. 중국에서는 ‘중국인(中國人)’ 등으로 번역되어 읽힌다.

    1934년 미국에서 출판됐는데, 서양 각국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가 됐다. 역사상 중국을 가장 잘 소개한 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어를 잘하면서 우리나라를 잘 아는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책이 많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외국어를 잘하면서 우리나라를 잘 아는 사람이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책이 더 많이 나와야,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정확하게 알려져 우리나라의 위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은 대부분 이미 국내에서 출판된 것을 조선족 등의 손을 빌려 번역해서 중국에서 다시 출판한 것이다. 중국을 소개하는 책자는 국내에 생각보다 많이 나와 있다. 특파원 출신, 교수 등이 쓴 책들인데, 피상적으로 쓴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 대사를 지낸 분이 중국에 대해서 쓴 책이 나왔다. 대단한 광고문구를 보고 사 봤더니, 정확한 통계숫자는 많이 제시했지만, 중국에 대한 이해는 별반 나을 것이 없었다. 왜 그럴까? 대부분 한문 실력이 부족하여 중국의 고전이나 학술 서적을 읽을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잘 알리고, 다른 나라를 잘 알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좀 더 본격적으로 장기적인 외국학(外國學) 공부가 필요하다고 본다.

    * 皮 : 껍질 피. * 毛 : 터럭 모.

    * 之 : 갈 지. * 見 : 볼 견.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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