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3일 (수)
전체메뉴

[기고] 경제 경력제- 이창하(시인)

  • 기사입력 : 2019-11-12 20:40:00
  •   
  • 메인이미지

    하루 여섯 시간 일을 하고 의식주가 완전 해결되며, 근심걱정이 없는 이상향이 있다. 범죄가 없기 때문에 두려움도 없고 군복무 대신 무료로 2년간 농사를 지어서 시장에 공급만 하면 되는 곳, 오전 오후 각 3시간씩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문화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도 있는 곳, 이곳이 토머스 모어가 말한 유토피아(Utopia)이다. 정말 이런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걱정스러운 점이 생기기도 한다. 혹시 유토피아에는 3D직업이 없을까, 있다면 누가 그 일을 해야 할까.

    살아가면서 누구나 근심걱정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근심이라는 것이 나쁜 것 같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회적 진화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에게 실업 수당을 주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면에서 우선 기반 산업 현장에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세 부담을 줄여 줌으로써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직접 돈을 벌어 볼 수 있도록 하려면 일자리의 안배정책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 초년생이 무조건 좋은 일자리만 찾게 하는 것보다는 단계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가게 하는 풍토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종의 경제 경력제라는 것을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먼저 일정 기간 사회경제에 이바지를 하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양질의 일자리만 추구하다 보니 일자리 구하기는 어렵고, 그러다 보니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 실업수당을 줘야 하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잘못된 걸까? 또한 실업급여를 늘릴 것이 아니라 직업급여를 늘려줌으로써,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일부 보조를 해 주는 데 좀 더 치중하면 어떨까? 최근 우리 사회에 생계형 범죄 발생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분적으로 볼 때, 생활고에 시달린 사람들이 일정량의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상적인 사회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발전적인 측면에서 좀 더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이상적인 사회를 만든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임금이 적고 위험하고 더러운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유토피아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면 좀 더 그에 가까운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또한 우리 사회가 자꾸만 흉포해지는 원인 중 하나가 개인적 경제력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불황이 지속되다 보니 여러 가지가 생각나서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해 보았다.

    이창하(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