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9일 (월)
전체메뉴

삶이란 것 - 김우규

  • 기사입력 : 2019-11-14 07:58:18
  •   

  • 눈물 솟은 눈 감추지 않고 마주보면 어떨까요

    이 악물지 않고 서로 오래 바라보면 어떨까요

    아침마다 파랑새 한 쌍 창가에 앉히고

    지저귐 들으면 어떨까요

    손톱 발톱 깎아내듯 분노 따위는 분리해 내고

    햇살처럼 서로의 목소리 어루만지면 어떨까요

    눈 내리고 폭풍우 치는 밤이든

    어린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청소를 하고

    틈틈이 팔 굽혀 펴기도 하며 꿈을 꾸면 어떨까요

    삶이란 창을 항상 열어두는 거죠

    팔랑팔랑 건너오는 바람을 돛에 옮겨 다는 거죠

    그리고 콧구멍에 든 염증은 소금물로

    야무지게 매일매일 씻어내는 거죠


    ☞ 얼마 전 ‘아침을 위한 노래’라는 시집을 출간한 김우규 시인은 시집의 부제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느리지만 묵묵하게 제 갈 길을 가는 ‘어느 날 달팽이의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다.

    그래서인지 시인은 사람과 사람이 오래 마주 바라보고 앉아 기쁨과 슬픔 그리고 분노와 절망들을 서로 다독여 주고 끌어안아도 주며 아침마다 파랑새 한 쌍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정제(精製)된 삶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그러다 가끔씩 또 삶이 두렵고 녹록하지 않으면 파랗게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 물을 주고 청소도 하고 콧구멍도 씻어내며 힘을 돋우어 주는 꿈을 꾸기도 한다. 우리에게 ‘어떨까요’ 하는 물음표 하나를 던지며. -강신형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