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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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숙의민주주의시대 열다] (1)창원시 ‘스타필드 공론화’

의미있는 첫 시도… 진정한 사회적 합의 위한 제도 개선 과제

  • 기사입력 : 2019-11-17 20: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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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 그리스, 칠레, 이탈리아, 한국 순으로 사회갈등지수(2011년 기준)가 높고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순으로 지수가 낮다. 우리 사회는 소득 불균형이 가속화하고 계층과 성별 간 불평등, 세대 간 소통 부족, 정치이념이나 신념, 가치관의 대립 등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을 잘 대처하고 관리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모습은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공론화라는 방식을 채택했다. 갈등해소와 동시에 국민을 정부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시키려는 시도였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로 출범한 민선7기 여러 지방정부도 지역의 해묵은 갈등이나 대립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공론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도내에서도 창원시, 김해시, 도교육청 등이 시도했거나 진행 중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도내 지자체를 비롯해 전국의 공론화제도 운영 실태를 짚어보고 덴마크와 스웨덴의 선진사례를 소개해 도내 지방정부가 적합한 공론화모델을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지난 9월 28일 창녕군 부곡면 일성콘도에서 스타필드 창원 입점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이 전문가와의 질의 및 답변, 토론을 펼치고 있다./김희진 기자/
    지난 9월 28일 창녕군 부곡면 일성콘도에서 스타필드 창원 입점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이 전문가와의 질의 및 답변, 토론을 펼치고 있다./김희진 기자/

    ◇공론화란= 공론(公論)의 사전적 의미는 여럿이 모여 공정하게 의논하는 행위로, 갈등으로 분열된 사회구성원을 소통하게 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함으로써 공동체를 회복하는 방식의 하나다. 공론은 공동체적 관점에서 이뤄진 공적인 의견 수렴이라는 개념으로 단순히 여러 사람의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이 모아진 여론과는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 공론화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쳐 바람직한 공론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일컫는다.

    ◇창원시 첫 시도, 스타필드 입점 공론화= 창원시의 공론화위원회 운영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허성무 시장이 내세운 공약이었다. 전임 시장 때부터 논란이 있었던 스타필드 입점 문제, 마산해양신도시 개발, 도심공원 일몰제 등 지역 이슈는 지방선거를 거치며 정치적 이슈로 변했고 이로 인한 갈등 해소법으로 공론화가 제안됐다.

    2018년 7월 민선 7기 출범과 동시에 창원시 공론화위원회 운영을 위한 훈령이 만들어졌고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됐다. 위원회에는 지역대학 교수, 사회·여성·환경단체 대표, 변호사, 경남연구원·창원시정연구원 연구진, 학부모, 담당 공무원 등 다양한 인사가 참여했다. 같은 해 10월 법적 절차 위배, 의회 기능과의 중복 논란을 거쳐 공론화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가 제정됐다. 이후 공론화 운영 방법과 첫 의제 선정에 대한 논쟁이 이어진 탓에 위원회 출범 7개월 만인 2019년 3월 말 스타필드 입점이 첫 의제로 선정됐다.

    당시 창원시민들은 신세계 대형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가 지역민의 소비권, 문화향유권을 충족시키고 인구유출, 지역경제 침제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거라고 기대한 찬성측과 지역 중소상권 잠식, 교통혼잡 등을 우려하는 반대측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창원시는 기관 선정, 시민참여단 구성을 위한 표본(2500명) 추출, 시민참여단(220명) 구성, 숙의토론, 설문조사, 권고안 도출 및 제출을 7월까지 완료할 것으로 계획, 발표했다. 하지만 과정은 삐그덕거렸다. 찬반 양측이 참여한 소통협의회가 구성, 운영되는 과정에 시민참여단 구성비율과 숙의토론 자료집 제작 등에 의견이 충돌하면서 반대측 인사 6명 중 5명이 공론화 작업에 불참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 때문에 공론화 절차는 지연됐고 결국 기간이 연장됐다.

    시민참여단이 창녕 부곡에서 9월 21~29일 2차례(1회 21일, 2회 28~29일 1박2일)에 걸친 숙의토론, 전문가 질의 및 응답, 종합토론을 거쳐 최종 의견을 수렴했고 10월 2일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이 도출됐다.

    시민참여단 161명의 의견조사 결과 신세계 스타필드 입점에 찬성 71.2%, 반대 25.0%, 유보가 3.7%였다. 권고안의 법적효력은 없다. 찬성 의견의 권고안을 받아든 허성무 시장은 공론화를 거친 시민참여단 결정을 존중해 스타필드 건축 허가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창원형 공론화 성과와 과제= 창원시가 ‘숙의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첫 시도한 공론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창원시가 공론화 뒤에 숨어 정치적 부담과 행정 실패 책임을 덜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창원시는 공론화가 시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다수가 공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지만 시민들에겐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공론화위원회에 의존하지 말고 능동적, 적극적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이 시의회를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공론화 자체에 대한 홍보가 미진했고 제도 도입에 대한 공감대 형성, 시민과의 소통도 다소 부족했다. 그렇다보니 정작 스타필드 입점에 대한 토론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공론화과정의 시행착오나 갈등이 부각됐다.

    시는 조례를 만들기 전 훈령을 근거로 위원회를 만들었고 위원회 구성, 예산 편성 등의 과정에 대의민주주의제도 핵심인 의회를 무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의회는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역·성별·나이, 그리고 의제에 대한 의견을 반영해 500명의 시민참여단 풀(pool)을 구성해 50~100명의 시민대표참여단을 꾸리려다가 대표성과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풀을 2000명(1차 표본)으로, 시민참여단을 200명(2차 표본)으로 확대했다.

    원만한 합의 도출을 위해 찬반 양측이 같은 수로 참여하는 소통협의회 구성 과정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해 크고 작은 내홍을 겪으며 시간을 보냈다. 소통협의회는 입점 찬성의 경우 시민 4명, 신세계측 2명, 입점 반대는 전통시장·상점가 보호대책위원회 3명, 입점반대투쟁본부 3명으로 구성됐다. 이후 정보와 자본의 불균형·비대칭 문제, 숙의자료집 객관성 확보를 위한 교통·상권평가 실시, 2차 표본 추출 찬·반·유보 비율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데 2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이 같은 지연은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이 탓도 있지만 공론화에 대한 양측의 부정적 시각도 한몫했다.

    창원시의 공론화작업에 대해 참여한 시민 96.4%가 만족, 3.6%가 불만족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권고안 도출 후에도 찬반 양측은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공론화에 대한 낮은 신뢰를 나타냈다.

    허성무 시장은 권고안 도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에 앞서 민주적 숙의를 통해 시민의 뜻을 알고 중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공론화가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권고안을 수용하는 것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정책 결정에 얼마나 반영할지, 대형자본과 지역상권의 상생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해소 안된 앙금은 어떻게 털어낼지 등에 대한 창원시의 고민과 결정이 남았다.

    창원시는 당장 공론화할 지역갈등이나 의제가 없다며 연내 공론화 백서를 발간한 후 공론화위원회 운영을 잠정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참여를 이끌어내야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며 “지역상황에 맞게 효과적으로 공론화작업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김희진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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