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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숙의민주주의시대 열다] (2) 지방정부 공론화 사례

전국서 다양한 공론화 시도했지만 갈등 해결 ‘미미’
김해시, 장유소각장 증설 찬반 토론
남해군, 풍력발전소 건립 군민토론

  • 기사입력 : 2019-11-19 21: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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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대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갈등 해소나 정책에 지역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공론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공론화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로서 행정의 전문성 부족, 정보공유와 자발적인 참여의 한계 등 시행착오로 아직 안착하지 못했다. 과거부터 최근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시도됐던 다양한 공론화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제도 운영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도내 공론화 시도는= 김해 장유소각장 현대화사업, 남해 망운산 풍력발전소 건립과 청사 신축 문제, 도교육청의 북면 고교 이전 재배치 등 도내에서도 공론화작업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다.

    김해시는 지난 2001년 6월 건립한 장유1동 폐기물 소각시설의 내구연한이 2016년 만료됨에 따라 2014년부터 생활폐기물 전처리 및 연료화시설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예산 부담 등의 이유로 전처리 시설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존 시설에 소각로를 증설키로 하자 소각장 인근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고 갈등이 시작됐다.

    증설 찬반 주민 갈등이 심화되면서 2018년 5월 김해시는 해당 사업에 대한 주민 전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공론화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방식은 시민원탁토론회였고 이는 김해시의 첫 공론화 시도였다.

    시는 전화여론조사와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만 19세 이상 성인 중 찬성, 반대, 유보 비율을 30:30:30으로 하고 여론조사 결과 우위 입장을 10만큼 가산해 1500명을 모집, 무작위로 150명을 선발했다.

    토론에 필요한 자료집은 전문용역기관이 찬반 양측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하고 전문가도 찬반 양측이 추천한 인사로 결정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시민원탁토론 자체를 거부하고 시민공동대책위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9월 1일 열린 김해 소각시설 현대화사업 시민원탁 토론회./경남신문DB/
    지난해 9월 1일 열린 김해 소각시설 현대화사업 시민원탁 토론회./경남신문DB/

    김해시는 시민원탁토론을 강행했고 시민150명 중 113명이 참여해 최종 여론조사 참여자 111명 중 66명(59%)이 증설 찬성, 44명(40%) 이전 찬성, 기권 1명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에 따라 김해시는 장유소각장 현대화(증설) 사업을 추진키로 했지만 시민대책위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현재까지 갈등은 이어지고 있고 김정호 국회의원이 갈등조정과 중재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남해군은 망운산 풍력발전소 건립 찬반 여론수렴에 이어 군청사 신축 문제를 공론화 의제로 다뤘다.

    남해 망운산에 풍력발전소를 세우겠다는 사업허가 신청이 들어오자 지역은 환경훼손과 지역주민 생활과 건강에 미칠 영향을 등을 우려하는 반대측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찬성측으로 나뉘었다. 남해군은 2018년 7월 (주)남해파워에 망운산 풍력발전 개발행위 허가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군민여론 수렴을 위한 토론회 개최를 천명했다.

    지난해 11월 6일 열린 남해군 망운산 풍력발전소 숙의를 위한 군민토론회./남해군/
    지난해 11월 6일 열린 남해군 망운산 풍력발전소 숙의를 위한 군민토론회./남해군/

    군은 11월 정책 결정에 지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공론화 절차로 2차례 걸친 군민토론회를 개최했다. 1차 토론회에는 참여를 희망한 지역민과 찬반 양측 전문가 패널 등이 참여해 발전소의 소음, 저주파 등이 주민 건강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 산지 등 환경훼손 문제, 풍력발전소가 지역에 미칠 영향, 개발사의 투자와 개발이익의 지역환원 등에 대해 주제발표하고 질의응답했다. 2차 토론회에는 찬반 지역주민이 직접 패널로 나와 각자 입장을 피력했다. 군민토론회는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보도, 중계됐다.

    남해군은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 건립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토론회 후에도 지역민의 의견은 모이지 않았다.

    남해군은 공론화 작업을 통해 숙원인 청사 신축 문제를 해결했다. 남해군청사는 지어진 지 50년이 지나 노후하고 공간이 좁아 불편을 겪었지만 여러 이해관계로 신축, 증·개축하지 못했다. 남해군은 지역주민 대표와 공무원, 의원 등으로 군 청사신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토론과 투표를 거처 현 부지에 건물을 새로 짓기로 최종 결정했다.

    군은 청사 신축 문제 논의를 위해 지난 3월 조례를 제정, 6월 공무원, 군의원, 지역민 등 25명으로 구성된 청사신축추진위를 구성했다. 8월까지 지역민 의견을 수렴하고 구성원 간 토론 끝에 현 청사 부지 확장, 남해유배문학관 부지로 이전, 공설운동장 이전 후 그곳에 청사 신축 등 3안으로 압축했다. 이후 전문가를 초빙해 청사 입지와 신축 관련 정보를 공유했고 유사한 상황인 타 지역을 견학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 후 재토론하고 9월 기명투표한 결과 현 부지 23표, 공설운동장 부지 1표로 청사 신축입지를 최종 결정했다.

    공론화 과정에 역할한 것이 바로 군민소통위원회다. 군민소통위는 자발적 참여의사를 밝힌 지역민 100명으로 구성됐고 5개 분과위로 나눠져 관련 토론을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 경남도교육청은 창원 북면신도시 고등학교 이전 재배치 문제에 대해 창원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결정하겠다며 이달 29일과 오는 12월 13일 교육연수원에서 원탁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공론화조사형과 합의회의형을 융합한 공론화 모델을 만들었다. 도교육청 공론화추진단은 옛 창원·마산·진해지역 시민, 학부모, 학생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일정 비율로 나눠 총 300여명을 선정해 1차 주제에 대한 학습과 주제토론을 하고, 2차에서는 전체토론, 고교 이전 재배치 기준 마련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30명 이내 전문가그룹으로 숙의단을 구성해 합의한다. 두 가지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권고안을 도출, 교육감에게 제출하게 된다.

    경남도도 진주권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지역사회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공론화를 추진한다. 도는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추진 목적 및 방향을 설정하고 공론화위원회에서 전체 일정과 도민 숙의조사 추진방법을 기획해 내년 상반기 내 도민참여단 구성, 워크숍, 숙의과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타 지역 공론화 사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공론화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할 새로운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를 우리 사회에 선보였다는 점과 공론화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신고리 공론화 작업은 2017년 7월 24일부터 10월 20일까지 3개월간 진행됐고 모든 과정에 공개됐다.

    시민참여단은 만19세 이상 국민 중 지역, 성별, 연령 비율을 고려해 표본 추출 후 신고리원전 건설에 대한 입장을 비례배분해 500명을 무작위 추출했다. 시민참여단은 9월 13일부터 10월 15일까지 오리엔테이션, 숙의자료집을 바탕으로 한 종합토론회, 이러닝 온라인 질의답변 순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 지역순회 공개토론회와 TV토론회도 열렸다. 투표 결과 건설 재개 36.8%, 중단 27.6%, 판단유보 35.6%로 나와 건설재개 권고안이 정부에 제출됐다.

    현 정부의 두 번째 공론화는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로 공론조사와 시나리오 워크숍이 결합된 형태다. 지난해 4월 공론화위가 구성돼 공론화 범위를 한정하고 이후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와 교원단체, 대학관계자와 대입전문가 등 35명이 시나리오워크숍을 통해 4가지 공론화 의제를 선정했다. 이 의제로 400여명의 시민참여단이 7월 중순 학습과 1,2차 숙의토론, 의견조사를 거쳐 8월 국가교육위에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제출했다.

    이밖에도 울산 북구청은 2004년 중산동에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자원화시설을 건립하려다 강력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북구청이 공사를 강행하며 주민과 충돌했고 일부 주민이 구속되는 사태로까지 비화했다. 같은해 12월 북구청은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시민배심원제(citizen jury)를 시도했다. 시민과 시민사회단체, 환경단체, 종교계 인사로 배심원단이 구성돼 15일 만에 시설 설치를 결정했다. 배심원단의 숙의 결정은 존중됐고 시설이 건립됐지만 악취 문제로 갈등이 재촉발되면서 2008년 1월 시설 가동이 결국 중단됐다. 이후 2015년 4월 추가 시민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세대공감 창의놀이터로 재탄생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2002년부터 무려 16년간 지역 갈등을 일으켰다. 2009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로 사업이 추진됐지만 2012년 건설방식 변경, 2014~2016년 사업 재검토와 원안 추진 발표가 반복됐다. 2018년 민선7기 출범 후 시민사회에서 사업에 대한 공론화 요구가 있었고, 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같은해 9월 공론화위가 조직되고 공론화가 본격화됐다. 이후 시민 2500명에 대한 표본조사, 시민참여단 250명 선정, 숙의과정, 종합토론회, 최종 설문조사 등의 과정을 거쳐 건설 재개 권고안을 도출했다. 권고안은 11월 12일 광주시장에 전달됐고 시장은 수용 입장을 밝혔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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