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성을 팔라고 권하는 사회- 김유순(경남여성인권상담소장)

  • 기사입력 : 2019-11-21 20:34:07
  •   

  • 얼마 전에 정춘숙 의원실에서 밝힌 것처럼 ‘알바○’ ‘알바○○’ 등 대표적 구직 사이트가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의 성매매 알선 창구로 활용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회가 다양해짐에 따라 청소년들의 욕구는 더욱더 많아졌다. 가출청소년의 경우, 먹을 곳과 잘 곳이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가정 안에 있는 청소년들 역시 친구들과 어울려서 시내에 나가 예쁜 옷도 갖고 싶고, 화장품도 사고 싶다.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 경제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성년자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도 별로 없다. 편의점 알바 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겨우 전단지 알바 정도이다. 광고에 시급을 준다고 해서 찾아가도 실제는 한 장당 25~45원 정도를 주기 때문에 몇 시간 일해서 내가 쥐는 돈은 몇천 원 남짓이다.

    그래서 때로는 중고마켓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올리기도 하고, 알바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 연락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여기에 타인의 성을 착취하려는 성구매자, 알선자들이 등장해 교묘히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실제 중고마켓에 올린 물건을 팔려고 하는 청소년을 유인해서 친밀감을 형성한 후, 개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도록 해 자신의 그릇된 욕망을 채운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피해 청소년이 나중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모든 과정이 너무도 교묘해서 자신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청소년은 피해자이다. 하지만 범죄에 이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에도 스스로의 잘못이라 자책하고 피해사실을 드러내길 두려워한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주변의 낙인 때문일 수도 있고, 이를 드러냈을 때 문제해결이 되지 못할 거라는 공권력, 사회에 대한 불신감의 팽배 때문이다. 때문에 스스로 별일 없을 거라고 위안하며 문제를 축소하려 하기에 피해는 더욱더 확산된다. 단지 일을 구하려는 청소년에게 성을 팔라고 권하는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감시자가 되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김유순(경남여성인권상담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