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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최대 적폐는?- 허승도(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9-11-27 20: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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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제21대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국회의원 선거구(지역구)가 획정되지 않았다. 경기장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도 선거일 42일 전에 확정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정치신인들의 국회 진출이 어렵게 돼 현역 국회의원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선거구 획정 시한을 지키지 않는 것이 국회의 최대 적폐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는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총선 13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 조항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선거구는 지난 4월 15일까지 국회서 확정해야 했지만 여야는 처리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당시 여야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할 때 전국 57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한 ‘정치개혁공동행동’은 21대 총선 선거구를 기한 내에 확정하지 못한 국회를 비판했다. 이 단체는 법정시한 일인 4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 개정을 가로막은 국회의원 모두에게 손해배상과 직무유기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내년 총선에서도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의 의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있었지만 국회가 선거구 획정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자 선거구 획정 시한을 지켜라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대신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을 빼고 군소정당과 함께 국회법대로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법안을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여야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처리를 반대하며 단식농성까지 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은 어제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논리다. 국회법을 지키기 위해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법정시한 내에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은 법정시한을 이미 지키지도 않았음에도 말이다. 모순(矛盾)이다. 국회법은 지켜야 하고 공직선거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선거법 개정안은 태생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정의당 등 소수정당이 선호한 것으로 국민의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신설을 위해 소수정당과 선거법 개정안으로 거래를 했다는 데서 그렇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이 선거법을 통과시키면 게임의 룰을 여야 합의 없이 개정하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서 ‘250(지역구)+50(비례대표)’을 협상용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개정안 원안대로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을 줄이게 되면 선거구 획정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선거법개정안에 따라 인구 기준으로 국회의원 선거구 통폐합 대상을 산출한 결과 26곳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인접 지역구까지 미치는 도미노 영향을 감안하면, 선거법 개정안으로 영향을 받게 될 선거구는 60곳이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정치 신인들이 벌써부터 인접 선거구까지 챙기고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시한을 지키지 않은 현 시점에서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기존 선거법으로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고, 내년 총선 후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안을 다시 논의하는 것이 대안이다.

    허승도(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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