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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20) 제25화 부흥시대 30

“전방은 몹시 춥지?”

  • 기사입력 : 2019-11-29 0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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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요정에서 온 기생들도 있었기 때문에 집으로 불러 대접을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재영은 절 밖에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백화점으로 갔다. 이재영은 차창으로 거리를 내다보았다.

    ‘서울이 꽁꽁 얼어붙었구나.’

    사람들은 많지 않았으나 모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성식이 후암동에 있는 부대로 배속을 받은 것은 사흘이 지났을 때였다. 부대장의 특별 허락을 받아 외출을 나왔다.

    성식이 백화점으로 찾아오자 이재영은 가슴이 뭉클했다.

    “아들, 고생이 많지?”

    이재영은 성식의 손을 덥석 잡았다.

    “괜찮습니다. 사무실이 아주 따뜻하네요.”

    성식이 싱글벙글 웃었다. 군복을 입은 그의 모습이 한결 의젓해 보였다.

    “앉아라.”

    “예.”

    이재영은 성식과 마주앉았다.

    “전방은 몹시 춥지?”

    “말도 못합니다. 소변을 보면 그 자리에서 얼어버립니다. 눈이 엄청 많이 와요. 전쟁보다 눈 때문에 죽겠어요.”

    성식의 말에 이재영은 웃음을 터트렸다. 성식으로부터 치열한 전쟁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인민군과 중공군은 혹한의 추위가 몰아쳐도 공격을 감행한다고 했다. 그들이 꽹과리를 치면서 몰려오면 미군 폭격기가 몰려와 폭탄을 자욱하게 쏟아부어 불덩어리가 치솟아 오른다고 했다.

    ‘전방에 눈이 쌓여 얼어 죽은 군인도 있다니….’

    이재영은 전방의 군인들이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방은 눈이 1m가 더 쌓인다고 했다.

    “먹는 건 괜찮아? 굶주리지는 않냐?”

    “굶주리지는 않지만 부식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피란민들보다는 낫다고 합니다. 피란민 중에는 굶어 죽고 얼어 죽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이재영은 성식을 요정에 데리고 가서 점심을 먹였다. 미월이 성식을 반갑게 맞이하여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주었다.

    “작은어머니라고 부르라고 그러셨지요? 고맙습니다. 작은어머니.”

    성식이 미월에게 말했다.

    “아유… 작은어머니라고 불러서 내가 너무 좋네. 듬직한 아들이 생겼어.”

    “하하.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뭐든지 얘기해. 내가 다 해결해 줄게.”

    “아버지보다 시원시원하시네요.”

    성식이 이재영을 힐끗 쳐다보고 웃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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