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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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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화폐의 시작과 끝- 노충식(한국은행 경남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 2019-12-01 20: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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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우리가 경제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이다. 사람들은 돈을 통해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재산을 축적 또는 양도할 수 있다. 이렇듯 돈은 교환의 매개수단, 가치저장의 수단, 가치척도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돈이 없었다면 우리는 물물교환으로 필요한 것을 얻어야 하므로 거래가 위축되고 지금과 같은 풍요로운 생산, 소비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인류의 경제적 풍요는 고도의 분업을 통한 기술의 발달과 설비 등 자본의 축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돈이 지금과 같이 지폐, 주화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쌀, 소금, 가죽 등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지니는 물건이 화폐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초기 물품화폐는 휴대, 보관이 어려워서 거래의 매개수단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금, 은, 철 등 휴대가 쉽고 안정적인 금속이 화폐로 사용되었다. 이런 금속화폐도 규격화된 주화나 지폐보다는 편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금은 외부의 안전한 금고에 맡겨두고 대신에 받은 금 보관증을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지폐, 즉 신용화폐의 시작이다. 한국은행 경남본부 화폐전시실을 방문하면 화폐의 기원과 변천사, 제조과정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화폐, 기념주화를 관람하고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여러분의 지갑과 금고 속의 화폐는 한국은행에서 발행된 것이다. 우리나라서 화폐의 공급과 발행을 책임지는 기관으로는 한국은행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유일한 발권 기관인 이유는 화폐량을 적절히 관리하여 화폐의 가치인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주요 임무로서 각종 위변조화폐를 방지하고 유통화폐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통상 화폐는 유통, 환수, 정사 등의 반복·순환 과정을 거쳐 폐기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화폐를 제조·보관하다가 금융기관을 통해 공급하는데 이것이 화폐의 시작이다. 발행된 화폐는 시중에서 유통되다가 다시 금융기관을 거쳐 한국은행에 돌아온다. 이렇게 환수된 화폐는 한국은행이 다시 발행하기도 하지만 손상되어 부적합한 경우도 많다. 한국은행은 환수된 화폐의 청결도, 위폐 여부, 손상 여부 등을 검사하여 손상 화폐는 폐기하여 소멸시키는데 이로써 화폐는 그 수명을 다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폐기된 손상화폐는 총 6억3000만장으로 이를 낱장으로 높이 쌓을 경우 에베레스트산의 7배가 된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이를 새 화폐로 대체하는데 639억원이 소요되었다. 오랜 세월 유통되면서 자연스럽게 마모된 화폐의 폐기는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고 단순히 사용 부주의로 손상된 화폐에 국가적 예산을 소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018년 중 한국은행의 부적합 판정과 일반인이 화폐교환 창구를 통해 교환을 요청한 손상화폐의 주요 교체 사유는 돈의 구김 등 부주의한 취급 및 보관이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지난달 돈 깨끗이 쓰기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주로 전통시장 등 현금사용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 상인들에게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이 화폐의 중요성과 한국은행의 역할을 이해하고, 나아가 돈을 소중히 아끼고 깨끗이 쓰는 습관이 우리 지역에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노충식(한국은행 경남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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