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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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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잔소리(Nagging)- 김정현(진해 출신 캐나다 초등교사)

  • 기사입력 : 2019-12-03 20: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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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유~ 우리집 애들은 내가 잔소리하는 걸 너무 싫어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한 엄마가 말씀하신다.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이건 어른이건 잔소리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전에 나오는 잔소리의 의미를 보자. <잔소리: 1.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2.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 결국 잔소리는 내 의사 전달을 듣는 이의 감정에 거슬리게 여러 차례 혹은 옳지 않은 방법으로 하는 것이라고 정의가 내려진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서로 아끼고 위하는 마음을 잔소리로 전달할 때 행복한 가정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바른 소통은 그래서 중요하다. 초등학교 때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치마를 들추고 고무줄을 끊고 도망치는 것을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했던 남자 아이가 결혼을 해서 아내에게 올바른 사랑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평생 엄마의 잔소리만 듣고 자란 딸이 제 자식을 낳았을 때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하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How To Talk So Kids Can Listen’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에게 의사전달을 하는 효과적인 7가지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1.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말해줘라(왜 맨날 양말을 거꾸로 벗어놓냐?→양말을 거꾸로 벗었네) 2.정보를 주어라(우유를 냉장고에 왜 안 넣었니?→우유를 밖에 놔두면 상해서 못 먹어) 3.할 수 있는 선택의 방법을 제시해라(TV 끄고 빨리 밥 안 먹을래?→지금 밥 먹을래? 아니면 TV 다 보고 나서 먹을래?) 4.간단한 단어나 제스처로 말해라(아침마다 도시락 까먹지 말라고 몇번 말했니?→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도시락~”) 5.나의 감정을 표현하기(누가 엄마한테 그 따위로 말하래?→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속상하지) 6.글로 써서 남기기(햄스터를 돌보지 않는 자녀가 학교를 다녀 와서 집안 청소를 안할 때 “도와주세요! 숨이 막혀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제발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어요”-햄스터 가족) 7.장난스러운 방법이나 목소리로 표현하기(인기있는 코미디언, 로봇 목소리를 흉내내거나 재미있는 드라마의 표현을 써가면서 하고 싶은 의사전달을 해보는 방식).

    10년 전쯤 이 책 한 권을 감명 깊게 다 읽은 날 허둥지둥 출근하려던 내 등 뒤에서 어머니의 잔소리가 날아왔다. “야~ 너는 10분 일찍 일어나서 밥 한 숟가락 떠 먹고 나가지. 아침마다 굶고 가서 도대체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하겠다는 거니?” 평소에 “아~ 엄마. 바빠 죽겠는데!” 하고 짜증 내던 나는 갑자기 뒤돌아서 엄마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엄마, ‘우리 딸 아침도 안 먹고 배가 고파서 어떡하니~’라고 말하면 엄마의 마음이 잘 전달될 것 같아….”

    “……….” 그날 이후 엄마는 변하셨다. 필요 이상의 잔소리가 아이들을 결코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이다.

    김정현(진해 출신 캐나다 초등교사)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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