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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23) 제25화 부흥시대 33

“영주는 고향이 어디야?”

  • 기사입력 : 2019-12-04 07: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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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종대에서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태종대는 잿빛으로 날씨가 흐렸으나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평화로운 시대라면 수많은 유람객들이 찾아왔을 터였다. 그러나 전쟁 중이라 조용했다. 이재영은 바다를 찬찬히 살폈다. 육지와 영도를 잇는 영도다리가 바다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원래의 다리 이름은 부산대교지만 사람들이 모두 영도다리라고 불렀다. 다리는 큰 배가 지나가게 하기 위해 하루에 여섯 차례 다리를 들어 올려 부산의 명물이 되었다고 했다.

    “사장님, 영도다리를 전에도 보신 적 있으세요?”

    영주가 옆에 서서 물었다. 그녀는 한복 차림으로 검은색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이재영은 군복 잠바를 걸쳤다. 미군이 입던 것인데 미월이 따뜻하다고 구해온 것이다.

    이재영은 옷이 가벼워서 자주 입었다.

    “아니야. 처음 보는데….”

    부산은 여러 차례 왔으나 태종대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다리가 올라가는 거 구경하실래요?”

    “글쎄.”

    “30분만 더 있으면 올라가요.”

    영주가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이재영은 태종대 주위를 천천히 걸었다. 날씨 탓인지 바다에 갈매기가 보이지 않았다. 겨울에도 물고기를 잡는지 작은 어선들이 많이 보였다.

    “그럼 구경해야겠네.”

    벌써 영도다리 근처에 커다란 배들이 몰려와 있었다. 원래는 하루에 여섯 차례만 다리가 올라갔으나 전쟁 중이라 수시로 올라간다고 했다.

    이재영은 영주와 함께 바위에 앉았다. 겨울이라 바위가 차가웠다. 태종대에 왔으니 영도다리가 올라가는 것을 구경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주.”

    “네?”

    “영주는 고향이 어디야?”

    “충청북도 충주요. 칠금리라고 있어요. 들어보셨어요?”

    “아니.”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탄금대가 있어요.”

    “아.”

    이재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륵이라면 3대 악성으로 불리는 인물이고 가야에서 신라로 망명했다. 그는 충주 대문산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일생을 마쳤다고 했다. 그가 가야금을 연주한 곳을 후세 사람들이 탄금대라고 불렀다.

    “신립 장군이 왜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열두대도 있어요. 열두대 밑에 남한강이 흘러요. 우리 집은 탄금대가 있는 대문산 앞에 있었는데 거기 작은 호수가 있어요.”

    영주는 고향 이야기를 하자 표정이 밝아지고 말이 많아졌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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