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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고성 첫 읍장투표제, 풀뿌리 자치 시금석되나- 허충호(사천고성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9-12-08 20: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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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군이 오는 12일 고성읍장(5급 사무관)을 주민투표로 뽑는다. 도내 자치단체 중 일선 단위행정기관장을 주민의 손으로 뽑는 것은 처음이다. 고성읍은 군 인구 5만3000명의 절반인 2만5000명이 거주하는 곳이니 의미가 크다. 소속 5급 승진 후보자 중 직렬 관계없이 7순위까지 응모할 수 있다. 군은 민간추천 읍장에게 내부직원 인사 추천권을 주고 각종 사업 추진 예산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이색 인사 시도가 도내서는 처음이지만 전국으로 눈을 돌려 보면 그리 생소한 일은 아니다.

    울주군이 지난 6월 삼남면장을 주민 220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통해 뽑았다. 순천시도 지난해 낙안면장과 장천동장을 개방형 직위공모를 통해 민간인을 임명했다. 세종시는 지난해 8월 조치원읍장을 주민추천으로 임명한 이후 19개 읍·면·동 중 7개 읍·면·동장을 같은 방식으로 배치했다. 제주도도 시범 사업으로 추진을 모색 중이라 이런 추세는 확산될 소지가 있다.

    세상사, 동전의 양면과 같은 사례는 많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신규 진입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기존 투자자들은 담보가치 하락으로 일상이 졸지에 고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는 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다.

    주민투표 읍장선출제도 딱 그런 일 중 하나다.

    의욕 충만한 공무원에게 주민투표의 날개로 힘을 실어줘 소신껏 무한 봉사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것은 매우 긍정적 측면일 수 있다. 임기 2년도 보장되고 임기 내 군수의 인사권이 사실상 미치지 않으니 본인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읍 행정의 혁신도 꾀해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직접 읍장을 뽑은 주민들로부터 풀뿌리 자치에 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읍과 주민이 교감하며 시너지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꼭 이런 밝은 면만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인구 2만5000명이라고 하지만 마을별 특성이나 문화가 조금씩 다른 읍의 구조에서 또 다른 소지역주의의 폐해를 불러오는 빌미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좁은 지역에서 6명이 될지 7명이 될지 모르는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주민들 간 새로운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게 기우일까.

    같은 읍면장이라도 군수의 인사권에 속한 지역과 한시적이나마 인사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 공존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은 고유권한이자 조직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키이기 때문이다.

    주민추천이 시행되지 않는 면단위 지역과 읍 단위 지역 간 감정적 이반현상도 우려된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결과는 곧 드러난다. 주민들이 오직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선출해 풀뿌리 자치의 한 단계 도약을 견인하는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

    허충호(사천고성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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