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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박항서 매직과 한국 인삼- 이상옥(시인·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 기사입력 : 2019-12-16 20: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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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옥(시인.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지난 10일 베트남 호찌민에 왔다. 호찌민 근교의 메콩대학교와의 교류를 위한 업무 차 방문한 것이지만 베트남은 물가도 싸고 휴양하기도 좋아 좀 여유롭게 지내며 힐링의 시간도 가지고자 한다. 호찌민 탄손낫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마치고 나오는데 청사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박항서 감독을 모델로 한 신한은행 대형 광고판이었다. 말로만 듣던 베트남의 영웅 박항서 감독이 호찌민의 첫 관문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항에서 나와 호텔에 여장을 풀고 베트남의 지인들과 저녁을 같이하는데, 갑자기 우렁찬 박수와 함성 소리가 들렸다. 실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축구 결승전을 치르는 줄 몰랐다.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베트남인들이 감격해하는 걸 목격하며 아, 박항서 감독이 또 해냈구나! 덩달아 감격스러웠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팀이 필리핀 마닐라 리살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9 동남아시안(SEA)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골을 넣는 순간이었다. 그날, 베트남이 인도네시아를 3-0으로 누르고 베트남 축구의 60년 묵은 숙원을 풀었다며 일제히 ‘박항서 매직’이 다시 베트남을 뒤흔들었다고 온라인을 타고 보도되었다.

    언제부턴가 ‘K-매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K(Korea)라는 말을 앞에 붙이면 매직이 된다.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즉 K-컬처면 세계 어디든 통하는 놀라운 시대가 됐다. 그 열풍이 가장 거세게 부는 곳의 하나가 지금 베트남이다.

    베트남에서는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는 말할 것도 없지만 한국인삼이 인기를 끈다. 베트남인에게 최고의 선물로 통하는 것이 바로 한국인삼이다. 인삼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참 재미가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나이에 비해 젊게 보이는 것이 인삼을 많이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동남아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에 비해서도 겉늙어 보인다. 지난해 세부에서 택시를 타고 가면서 택시기사와 얘기를 나누다 나이를 물은 적이 있다. 그 기사는 50대 중반이라고 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60대 후반으로 보여 좀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난 10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나를 픽업해준 기사 역시 50대 중반이었지만 10년 이상 나이 들어 보였다. 메콩대학의 인텔리 교수들도 실제 나이보다 겉늙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인들이 젊게 보이는 것은 한국인의 DNA가 특별해서 그렇다기보다는 경제적 문화적 영향에 기인한 것일 테다. 베이버부머인 나 같은 세대는 그것을 잘 안다. 당시 한국의 농부들도 농촌에서 늘 바깥 일을 하는 탓으로 햇볕에 과도히 노출되고 영양 섭취도 부족했기에 지금의 동남아인들처럼 겉늙어 보였다. 한국인들이 젊어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성장이 한국인의 외양까지 바꾸어 놓은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인삼수출협의회 12개 회원사로 구성된 인삼시장개척단을 베트남에 파견해 57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는 기사를 보며 씁쓰레함마저 느껴졌다. 한국인들이 젊어 보이는 것이 어찌 한국인삼을 많이 먹어서 그렇겠는가. 조물주가 어찌 한국인만 편애하여 젊게 보이는 DNA를 한국인에게만 선물로 주었겠는가.

    베트남에서 일고 있는 박항서 매직과 인삼매직, 즉 K-매직을 보며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국내에서는 ‘헬조선’, ‘N포세대’라는 용어가 운위되는 걸 보며 생은 참으로 패러독스하고 난해한 것임을 새삼 실감한다.

    이상옥(시인·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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