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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의사씨가 임산씨에게

  • 기사입력 : 2019-12-23 0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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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석 창원파티마병원 산부인과 과장
    박정석 창원파티마병원 산부인과 과장

    여성들을 위한 산과 영역의 정보 제공을 부탁받고선 임신과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생각해 본다. 임신 전 확인하고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병원 방문 시 진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며, 임산부가 반드시 먹어야 할 영양소, 태아에게 위험을 주는 약물, 적절한 태아성장을 위한 체중과 영양관리, 운동법, 뜻하지 않게 동반되는 질환과 유지치료, 출산과 관련된 과정, 출산 후 올바른 산후관리와 모유 수유 등 임신과 출산에 이르는 많은 단계를 떠올려 본다.

    임신 초기 2, 3번의 진료를 통해 안정적인 임신을 확인했을 때, 의사씨의 축하는 임산씨에게 기쁨과 설렘, 신비로움과 두려움으로 와 닿을 것이다. 태아와 임산씨의 평생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태아는 임산씨의 자궁 안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아 성장하며, 엄마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아기에게 주는 영양의 질은 달라진다. 태내에서의 건강한 성장발달이 평생과 미래의 건강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이 분명하므로 부모의 역할은 이미 엄마의 자궁 안에서 시작한 것이다.

    임산씨는 결혼 후 임신을 계획하면서 엽산을 먹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임신양성반응을 확인-재확인 후 의사씨를 찾아 왔고, 초음파검진을 통해 작지만 분명한 아기집과 조그만 태아가 생겼음을 확인한다. 의사씨의 축하와 주의 섞인 설명을 감격스러움과 걱정스러운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배도 살살 아팠고 소변을 자주 보며, 가끔 어지러움, 유방의 압통, 입덧 같은 위장장애, 속쓰림, 약간의 변비증상도 있었다. 매일 엽산을 복용했으며 처음 진료 2주 후 초음파검진을 통해 태아의 정상적인 발육과 혈류생성, 심장박동을 확인하고 분만예정일과 임신지원확인서를 산모수첩에 기재받는다.

    의사씨는 임신 12주 정도까지는 입덧이 심해질 수 있으며, 체중 증가와 영양관리에 대해 설명한다. 그로부터 임산씨는 통상 9번 이상의 추가 진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태아의 성장변화를 느낀다. 이런 진료과정은 인류가 생겨난 이후 어느 시대, 어느 인류보다도 더 많은 관리를 통해 생명에 대한 고귀한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임산부 모두 힘들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임산씨들은 비교적 순조로운 과정을 경험한다. 정말 힘든 시간과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이겨내야 하는 임산씨를 지켜볼 때면 가끔 뜬금없이 우주 생성과 지구, 그곳에 존재하는 인류라는 생명체에 대해 나름 지적이고 확신에 찬 상상을 한다. 빅뱅(Big Bang) 이후의 우주와 지구, 인류 존재의 숭고함에 대해 생각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광활한 우주와 138억년이나 된 우주, 45억 살의 태양계와 지구, 아직도 진행 중인 우주의 팽창과 시간의 흐름에 대해 우리 현 인류처럼 느끼며 알아오고 이해하는 생명체가 있었던가, 존재 사실에 대해 알아주는 생명체가 없는 우주와 태양계와 지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해본다.

    출산과 함께 태어날 아이는 기나긴 우주 역사의 업데이트된 결정체로 시간상으로 가장 ‘현재’ 그 자체이며,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가장 신선한 생명체가 아닌가. 분명 인류 각자는 우주로부터 생겨난 작은 우주이며, 오랜 우주의 역사를 어느 정도는 꿰고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자 우주 최고의 가치를 가진 존재임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주를 품고 힘들어하는 임산씨의 횡보에 나는 도움이 되는 의사씨인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힘내세요 모든 임산씨, 당신의 Happy New Year를 기원합니다.

    박정석 창원파티마병원 산부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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