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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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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지피지기 백전백승’, 알아야 간호가 보인다

  • 기사입력 : 2019-12-23 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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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화 (창원 희연병원 간호팀장)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에 지어진 병법서인 ‘손자’에서 유래한 말로, 적군을 알고 아군을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하지 않다는 뜻이다. 의료에서는 환자에 대해 먼저 알고 다가간다면 최상의 간호 및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적용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환자 머리맡에 ‘가이드 시트’가 있다. 가이드 시트란 우리 병원만의 유일무이하고 독창적인 간호 방법으로서, 환자의 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제작한 자료다. 제일 상단에는 인적 정보와 함께 환자 성향, 이동수단(도보, 휠체어 등) 및 종교, 낙상 고위험 환자와 욕창 고위험 환자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환자의 수술 이력 등 의료적 정보가 있다.

    또한 환자가 어떤 종류의 식사를 하고 계시는지, 하루에 치료는 몇 번 하며 어떤 치료를 받고 계신지 파악할 수 있으며, 목욕은 침상에서 하는지 아니면 목욕탕에서 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저귀를 사용하는지 스스로 배변이 가능한지 등의 병원 생활에 관한 정보까지 알아볼 수 있다. 분실하지 않아야 하는 개인 안경이나 휠체어 및 워커기 역시 가이드 시트에 표시해 간호사뿐 아니라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간병 인력과도 내용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가이드 시트 아래에는 기타 기입란이 있어 특별히 부탁하는 보호자의 요청사항을 기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후 요거트를 꼭 드셔야 배변이 용이한 환자라면 간병사와 함께 공유해 보호자와 환자와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간호사와 간병사의 신뢰는 물론, 나아가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할 것이다.

    필자 역시 근무하면서 가이드 시트 덕을 본 적이 있다. 입사한 지 일주일 남짓 돼 환자의 개별성 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을 때 환자가 외부에서 발생한 욕창 부위가 어디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에게 치료해야 할 부위를 물어보려던 찰나 환자 머리맡에 보였던 것이 바로 가이드 시트였다.

    가이드 시트에는 환자의 욕창 부위와 크기가 표시돼 있었으며, 환자의 마비 위치도 표시돼 있어 체위변경 및 치료 시 도움을 받았다. 그때부터 가이드 시트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내용을 팀원과 함께 공유하였다. 비단 가이드시트뿐만 아니라 환자의 개별성 관리를 위해서 팀 어프로치 시간을 갖는다. 팀 어프로치 시간은 하루 5~10분 이내 주 5회 가지며, 간호사와 치료사를 포함해 모든 직군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의 컨디션 및 특이사항을 함께 공유한다.

    새로운 환자가 입원했다면 사회복지사가 알려준 환자의 사회력을 치료사와 공유한다. 환자가 입원하기 전 성품이 어떠했는지, 건강하셨을 때 즐기시던 취미도 알아볼 수 있다. 이처럼 의료진과 환자와의 라포 (rapport : 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뤄진 인간관계) 형성 시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팀 어프로치 시간이다.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이 시간조차 무의미했겠지만, 감사하게도 모든 동료들이 환자 정보 공유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김선화 (창원 희연병원 간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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