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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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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그리움- 장성만(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지원본부장)

  • 기사입력 : 2019-12-25 20: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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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문득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고향마을 감나무 과수원에 가면 만나 뵙는 조부모님과 선친 선자께서는 늘 내 마음의 안식처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여느 때와 상관없이 잠시 들러 돌아본다.

    그냥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한 바퀴 둘러보고 보이지 않던 잡초 몇 포기 빼내고 곁에 앉아 하소연해본다.

    선친께서는 왜 제가 철들 때까지 기다려 주시지 않으시고 선자께서는 왜 제가 더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지 않으셨는지.

    부모님께서 떠나시기 전엔 몰랐었다. 내가 어떻게 내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지를.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불초소생이 효도를 다하지 못해 가슴이 많이 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부모님의 무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러면서 되짚어 본다. 나는 나의 자식들에게 내 부모님과 같은 사랑의 의미일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나의 자식들이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들께서 나에게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을 뒤늦게나마 알게 되어 아쉬워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효도하기가 참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나의 자식들로부터 받을 효도를 뿌리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다. 다만 나의 자식들이 효도를 다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워하거나 나무라지도 않으려 한다.

    또 다른 그리움으로 더 많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너무 좋아했고 사랑했던 나의 친구이자 동생이자 조카이자 아들 같았던, 그래서 더 그리움이 사무치는 사람이다. 며칠 전에 맞이한 친구의 생일이 너무 안타까워 한없이 눈물이 났다. 그런데 마음껏 울 수가 없었다. 나의 친구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참고 견디고 잊히지 않겠지만 잠시 일부러 잊어버리면서 그렇게 가끔 마음이 편안한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잠시 잊고 있다가 다시 꺼내 들고 볼 수 있는 그런 동화책 속의 그림이면 좋겠다. 그렇게 언제든지 마음 편히 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장성만(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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