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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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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남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분석해 보니...

다양한 소재 작품 눈길… 치열함·참신성은 부족
2020 경남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분석
고향·흙 등 농경기 체험 바탕 작품 많아 아쉬움

  • 기사입력 : 2019-12-26 21:05:05
  •   
  • “치열한 주제 의식과 소재의 참신성 등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202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심사가 지난 18일 시부문과 19일 시조, 소설, 수필, 동화부문으로 나눠 양일간 진행됐다. 심사위원들은 “올해도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접수됐지만 기존과 다른 참신한 소재가 눈에 많이 띄지 않았고 이야기 전개에서도 뚜렷한 주제의식 없이 스토리가 뻔한 것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이 지난 18일 경남신문사에서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이 지난 18일 경남신문사에서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올해 신춘문예 공모에도 전국 각 지역에서 예비문인들이 혼신의 노력을 쏟은 작품을 보내왔다. 총접수된 작품 수는 2300편으로 지난해 2461편(721명)보다는 소폭 줄었다. 부문별로는 시 1343편, 수필 354편, 소설 107편, 시조 431편, 동화 65편이 들어왔다.

    신춘문예 당선자와 당선작품은 본지 신년호(새해 1월 2일자)에 발표한다. 시상식은 1월 14일 열린다. 다음은 심사위원들이 밝힌 부문별 응모작들의 특징이다.(괄호 안은 심사위원 명단)

    -안정감 있는 언어 운용·사유 깊이 있는 작품 많아

    ◇시(시인 배한봉·김이듬)= 응모작들은 대체로 안정감 있는 언어 운용과 사유의 깊이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작품 경향은 자연을 응시하며 고향과 부모, 가족사를 그리며 잠언적 성찰을 도모하는 작품들, 실직과 비정규직의 일상을 넘어 구의역, 세월호 참사 등 이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작품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응모연령도 20대부터 퇴직 이후까지 광범위했다. 하지만 투고작 중 기본적인 맞춤법의 오류, 오탈자 등과 투고요령을 잘 모르고 작품에 이름을 게재하는 등의 경우도 눈에 띄었다. 또한 작품들 중에는 개인의 일상을 통해 자기 세계를 보여줘야 하지만 신변잡기를 늘어놓거나 시적 문장이 정제되지 않는 등 아마추어 요소들도 나타났다.

    -사회 이슈 재해석·완결적 구조 만드려는 노력 필요

    ◇소설(소설가 유익서·문학평론가 황국명)= 작품들의 다양성이 눈에 띄었다.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은 대부분 소재로 다뤘다. 특히 역사의 소용돌이에 삼켜진 사람들의 상흔, 특정한 이념이나 신념의 절대성이 갖는 야만적인 폭력, 일상의 미시적인 차원에까지 스며든 성적 불평등 등 폭력적 현실에 천착한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좀 더 새롭게 해석하려는 참신성과 단편이 요구하는 완결된 구조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었다. 무엇보다 글쓰기에 임하는 응모자들의 절실함의 긴장이 부족한 것 같다. 또 일부 작품에서 노골적 성애 묘사나 폭력적 장면 등이 나타나는데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정형 언어 다루는 수준 높아져… 현장감 있었으면

    ◇시조(시조시인 이우걸·하순희)= 예년에 비해 시조의 응모자와 응모작품 수가 대폭 늘어나고 응모작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향상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개성도 다양해졌다. 우리 정형 시조의 금맥을 이어받고 캐기 위해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가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정형시조의 율에 충실하며 형식을 운용하는 능력 또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수준에 올라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다. 하지만 형식적 실험이나 파격적인 작품도 시조의 형식을 충실히 운용하면서 사물을 새롭게 읽어내고 표현해야 하는데 이런 점이 아쉬운 경우도 있었다. 특히 시조가 그 시대를 노래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현장성 내지는 오늘이라는 당대의식을 담아내도록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화(동화작가 이림·배유안)= 무릇 어떤 문학적 장르도 감동을 줘야 된다는 기본 명제를 가지고 있다.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소재도, 주제도 좋아야 할 뿐더러 기법, 문체 등 여러 가지 창작 요소가 두루 갖춰져 있어야 한다. 올해 동화 응모작들에서는 예년에 비해 치열한 주제 의식, 개성적인 소재 선택을 한 작품들이 많지 않았다. 신춘문예에 걸맞은 도전적인 작품들이 적었다는 말이다. 이혼, AI 등을 다룬 작품들이 몇 있었으나 문장이 산만했고, 스토리가 뻔했다. 동화의 독자는 기본적으로 어린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말, 자극적인 말을 거르지 않고 쓴 작품들도 많아 이런 점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치열한 주제의식·개성적 소재 등 도전적 작품 적어

    ◇수필(수필가 정목일·황광지)= 올해 수필부문 응모자는 121명, 작품 수는 350여 편에 달하는 등 수필문학의 저변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여러 창작교실에서 수련하고 있는 활발한 흔적도 볼 수 있어서 희망적이다. 그러나 농경기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대다수였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고향이나 흙이나 그리움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너무 흔한 것이 문제다. 수필 쓰는 사람들의 연륜을 감안한다 해도 현대의 삶에 대한 발견과 깨달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과거에 머물러 있는 글들이 많았다. 소재의 참신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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