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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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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사다난(多事多難)-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9-12-29 20: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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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모(歲暮)의 단골 수식어는 ‘여러 가지 일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다’고 하는 다사다난(多事多難)으로 보통 마무리한다. 각종 게이트로 해가 뜨고 날이 저문 2019년에는 혈연·학연·지연 등 각종 연줄을 업고, 권세가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팔며,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농단이 그 어느 때보다 심했던 것 같다. 여론의 고비마다 위정자들의 현명한 결단을 기다렸으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뒤늦게 내놓은 미봉책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스럽게 만족시키지 못한 것 같다. 양파껍질 벗겨지듯이 아직도 벗겨지고 있는 사건이나,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권력 다툼, 연중무휴가 되어도 모자랄 국회도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쟁 때문에 연중 휴무상태 등 사회 구석구석의 농단과 비리 때문에 한 해를 다사다난하게 지내왔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개구리보다 더한 망각성이 실존하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린 한탕주의나, ‘벼슬은 무조건 높아 놓고 봐야 한다’는 출세 지향주의자 등 모두 올챙이를 거치지 않고 개구리로 튀어 오르려는 심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공연히 목에 힘을 주고, 어깨를 으쓱대며, 오만이 목에까지 가득 찬 몰골들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것은, 당사자들보다 그들을 챙겨주는 원인 행위자, 즉 멘토들이 더 지탄을 받아야 할 것이다. 나라 바깥으로는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방위비 요구와 으름장, 아베의 거만함과 거짓, 시진핑의 무역과 사드를 빌미로 한·미 간의 이간질, 김정은의 럭비공 같은 개망나니 불장난, 우리는 어느 한쪽을 믿을 곳도 없고, 일 년 내내 그들에게 시달림과 놀잇감이 된 것 같았다. 나라 안팎으로 다사다난한 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을수록 위정자들의 지혜와 국민들이 단결되어 하나 된 힘이 필요하다.

    제발 내년에는 위정자들은 인도의 네루가 말한 ‘정치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란 말과 ‘나는 죄와 더불어 정치적 실책을 가장 미워한다. 그것은 수많은 국민들을 불황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 때문’이라고 한 괴테의 말을 가슴에 품었으면 한다. 새해라고 해서 지난해와 크게 다를 리 없겠지만, 세시의 매듭이 분명한 해 바뀜의 오랜 관습을 사람들은 새삼 고맙게 여기고 있다. 새해에 소망을 걸어 보는 것은 지나온 묵은해의 아픔과 쓰라림을 씻어버리기 위한 반사작용만은 아닌 것 같다. 소망과 기원이 꼭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 꼭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꿈꾸는 그 자체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소망이 이루어진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연연세세 해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이렇게 다짐을 하고, 기도하듯이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되풀이해왔다.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우고, 한 해의 계획은 원단에 세우는 세시풍속이야말로 동서고금에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이제 우리 다 같이 정도(正道)대로, 정상궤도로 걷고 달려가야 할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세상을 다 가지고 변혁할 듯한 기세등등함과, 마지막도 처음과 같은 신념으로 지금 사회 곳곳에서 불고 있는 혁신의 광풍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다스리는 자나 다스림을 받고 있는 모두가 참다운 살맛을 가질 것이고, 또한 다사다난을 줄이는 길일 것이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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