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일몰과 일출, 위대한 사소함- 하성자(김해시의원)

  • 기사입력 : 2019-12-30 20:51:51
  •   

  • 백야를 가르며 고비사막을 질주하는 기차, 기대에 부푼 무리 속에 내가 있었다.

    해거름을 어깨에 걸친 지평선은 밤 10시 38분이 되어서야 일몰을 받아들여 꿀꺽 삼켰다. 버거웠는지 이내 선홍빛 노을을 오래도록 토해 하루의 그림자에 묻히다가 거뭇거뭇해졌다.

    나는 별과 함께 깨어 몇 시간 뒤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마다 울리는 기적 소리가 채근하는 잠을 쫓아주었다. 새벽 4시 지나자 여명이 시작되고 5시 8분, 사막을 한 삽 떠서 하늘에 심는 듯 사구 너머가 움푹해지며 주홍빛 동그라미가 선명해졌다. 모래언덕을 굽이쳐 황금 뱀처럼 돌진해 오는 햇살, 일출은 순식간이었지만 그날 태양은 18시간이나 지속됐다.

    황동규 시인은 ‘해가 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이라고 풋사랑을 비유했다. 일출처럼 위대하지만 일몰처럼 사소해지는 삶, 우리는 사소한 것에 의미를 가동하며 행복이 깃드는 이치를 알아간다.

    그레고리우스력(Gregorian Calendar)에 의지하다 보니 한 해란 획이 그어지고 일출과 일몰은 365번 반복되는, 어쩌면 별스럽지 않은 현상이지만 의미로 인해 특별한 것이 된다.

    힘들었다고 여겨지는 올해의 어느 시간은 마지막 일몰에 던져버리자. 가로등 없는 길에 일부러 불 켜 놓은 어느 집처럼, ‘등불을 밝혀 시대의 아침을 기다리는’ 윤동주 시인처럼, 한 해가 저무는 날 등불 하나 켜보자. 태양은 그대로인데 일몰과 일출이 있고, 저마다 그대로지만 흔들거리는 삶이기에, 한 해 끝자락이 새해 첫 날개가 되는 시점에, 그대에게 기쁨 한 꾸러미 깃드시라 자작시 ‘새해 첫날에’를 드려 본다. ‘여명은 수줍은 낯빛이었습니다/시간이 지나고 한낮이 되니 부끄럼 많던 해가/따스한 온기로 과감히 스킨십 합니다/활활한 빛으로 밝고 환하게 씻겨줍니다/내 마음 따스해 오니 아마도 씻기우나 봅니다/희망의 속옷이 이리 보드라운 줄 알았던가요?/풍요의 심장이 저리 쿵쿵거릴 줄 알았던가요?/새 살갗 닿은 날엔 노을이 붉을 겁니다’

    하성자(김해시의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