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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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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어제의 태양은 오늘의 태양이 아니다- 이경옥(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 센터장)

  • 기사입력 : 2020-01-01 20: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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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를 맞이하면서 매년 다사다난한 해였고 새해에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진다.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는 자신과 가족, 나아가 우리사회가 따뜻해지고 삶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오늘은 지나온 날의 흔적이며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철학자 들뢰즈는 우리 삶의 반복은 동일한 반복이 아니라 차이의 반복이라고 삶의 긍정적 메시지를 준다. 하루하루가 아침에 일어나서 취침시까지 의식주와 똑같은 일과 활동을 반복하지만 어제와 다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신의 삶을 동일성에 가둬버리면 삶이 지루하고 허무하거나 물신주의에 빠질 수 있지만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차이를 생성시킨다면 내재적 힘과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연말에 입법예고한 경상남도 여성가족재단 설치 및 운영 조례에 대해 경남도청 앞에서 반대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이들은 반대의 이유가 ‘성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여성단체에 20억원을 준다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면서 반대를 한다. 이들은 ‘성평등’을 쓰면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애 가족으로 가족을 파괴시킨다고 주장한다. 성평등(gender equality)은 유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여성가족재단의 설립 비용 20억원 중 여성단체에게 1원도 주지 않음에도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 입법예고된 조례의 목적을 보면 실질적인 성 평등을 실현하고 경남 여성의 경쟁력 향상과 사회참여 및 복지 증진을 위하여 경상남도 여성가족재단을 설립하고 그 운영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되어 있다.

    또 사업을 보면 ①여성·가족·아동·다문화·청소년, 저출생 등 관련 정책 연구개발 사업, ②성주류화 제도 연구 및 지원 사업, ③성평등 및 가족역량강화를 위한 사업, ④여성능력개발 및 경제활동 지원을 위한 사업 등으로 되어 있는데, 결국 경남의 성주류화 정착과 성평등 지수 개선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삶의 질 향상으로 행복한 경남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경남여성가족재단 설치 요구는 여성단체에서 20년 전부터 하였고, 광역시도 중 세종시와 대전시 외는 모든 광역시도가 이미 설치되어 있다.

    지난 12월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국가 및 지역성평등지수(2018년 기준)를 보면 우리 경남은 중하위권에서 이번에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이는 2018년 기준이라서 홍준표 지사 시절 양성평등기금 폐지와 용역까지 한 여성가족재단의 설립을 중단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2020년 여성가족정책관 예산 중 성평등정책 관련 예산이 2019년에 비해 양성평등사업 지원, 여성가족관련행사 지원, 여성단체활동 지원 등은 40% 정도 줄어들었다. 또 여성가족재단 설치 반대 측의 주장에 대해 단호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완전히 새로운 경남의 슬로건’에는 ‘여성’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여성가족재단 설립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남여성, 가족의 조사연구와 개발 등을 통해 제대로 된 경남의 양성평등 계획을 수립하여, 행정에서 추진하고 민관협력을 통해 경남의 성평등 지수를 향상시키는 추진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정책과 사안에는 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인권, 차별적, 혐오적 주장에 대해서는 다수결 원칙이나 중립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산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삶과 성숙을 지향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근대에 머물며 자신의 가치관만 ‘옳다’고 주장하고 ‘신’의 이름으로 단죄하고 혐오하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 어제와 오늘도 차이가 있는데 하물며 19세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무한히 존엄한 존재이다.

    이경옥(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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