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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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 녹여낸 두 가지 색채의 ‘여성성’

‘창원 여류시인’ 하순희·옥영숙, 작품집 출간
하순희 ‘종가의 불빛’, 어머니 통해 모성애 담아
옥영숙 ‘흰고래…’, 한국사회 음식 이야기 다뤄

  • 기사입력 : 2020-01-06 08: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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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이 서로 다른 두 여류 시인의 작품집이 나왔다.

    창원의 중진 하순희 시인과 중견 옥영숙 시인이 각각 시조집 ‘종가의 불빛’(고요아침)과 ‘흰고래 꿈을 꾸는 식탁’(도서출판 경남)을 펴냈다.

    두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여성성을 드러내는 시들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하 시인의 경우 어머니를 통한 모성애적 모습을, 옥 시인의 경우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몫처럼 돼 있는 음식관련 작품들을 통해 색다른 개성을 드러낸다.

    ‘아흔셋 길 떠나신 초계 정씨 내 어머니/ 자 하나 가위 하나 버선 한 켤레로 남으시다/ 바르게/ 선하게 살아라/ 그른 길은 자르거라//중략/ 떨어지는 꽃그늘로 더디 오는 후회 앞에/ 나뭇가지 적시며 빗줄기에 스미는/ 청매화/ 향기로라도/ 가 닿고 싶습니다’(어머니의 유산)


    하순희

    하 시인은 어머니와 관련된 작품들을 통해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삶과 과거 어머니(할머니, 시어머니)의 삶을 연결하면서 내면적 성찰을 보여준다. 또 ‘종가의 불빛’에서는 ‘아흔일곱 질긴 명줄 놓으시던 시할머니/ 담 넘는 칼바람에도 꼿꼿하던 관절 새로/ 한 생애 붉디붉은 선금 배롱꽃잎 흩날리고// 어느새 종가가 되어 있는 나를 보며--이하 생략’/라고 노래하면서 전통을 받드는 삶과 그 삶을 통해 스스로 전통의 일부가 되어 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작품에서 시인은 기존 한계를 뛰어넘어려는 도발적인 여성성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반듯하고 포용력 있는 삶을 부단히 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 시인은 이들 시 외에도 산업현장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추모하는 ‘컵라면’을 비롯, 아파트 미분양으로 사회적 현상을 다룬 ‘미분양 파랑 주의보’’ 등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는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옥영숙

    옥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이색적으로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과거 자신이 직접 식당 등을 운영했던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잡았던 손 놓치고 애타게 부르면서/ 품 안에 품고 있던 돛이고 늪이었던/ 그 둘레 되짚어가며/낚지볶음 먹는다// 팔 감고 매달리는 너울 깊은 허기에/ 갖고 놀던 장난감이 망가진 아이처럼/ 덩달아 안감힘 쓰는/ 하늘까지 불콰하다//이하 생략’(낚지볶음 먹는 날).

    시인은 여러 음식 재료들이 하나로 합해져 독특한 맛을 내는 것처럼, 사람들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오래된 골목길에서 풍겨오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에 어릴 적 저녁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시간을 추억으로 만드는 마법의 맛을 시조의 식탁에 올려 놓는다.

    고향 마산에 대한 그리움과 대도시 개발로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에 대한 안타까움 등을 노래한 시들도 선보이고 있다.

    산청 출신인 하 시인은 1989년 시조문학 천료, 경남신문(1991년)과 서울신문(1992년) 신춘문예 당선으로 데뷔했으며 시조집으로 ‘별 하나를 기다리며’등 4권을 펴냈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성파시조문학상 등의 다수 수상경력이 있다. 옥 시인은 마산 출신으로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사라진 시’ 등 2권을 낸 바 있다. 열린시학상과 경남시조문학상을 받았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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