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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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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46) 제25화 부흥시대 56

“나를 싫어하지 않나?”

  • 기사입력 : 2020-01-08 07: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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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전으로 인한 물자의 부족, 상실감, 경제의 파탄이 일본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생산이 중단되자 쌀값이 폭등했다. 전쟁이 끝나면서 외국에 있던 수백만명의 일본인들이 돌아오자 집이 부족하고 식량난이 가중되었다. 전쟁 말기에 이미 식량을 배급하던 일본은 더욱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일본 여자들은 미군에 몸을 팔아 가족을 부양했다. 일본의 부흥이 여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한국에 전쟁이 일어나고 수십만명의 미군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이 필요한 군수물자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이 공급하면서 공장이 다시 돌아가고 실업자가 줄어들었다.

    “일본은 어떤가?”

    이재영은 소문으로만 일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전후에는 굶주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남조선도….”

    다케다가 입을 다물었다. 일본인들은 한국을 여전히 조선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경제는 좋아지고 있나?”

    “한국에 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한국은 언제 전쟁이 끝날 것 같습니까?”

    “그건 아무도 모르네.”

    “일본에서는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 될 것이고 그가 대통령이 되면 끝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전쟁은 내년에 끝나게 될 것이다.

    “어머니는 한국을 참 좋아했습니다.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인지 몰라도….”

    “선생님?”

    이재영은 다케다의 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츠코는 다케다에게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어머니의 정부? 어머니의 남자?

    그녀가 무엇이라고 말했을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선대의 일은 저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케다는 이재영과 나츠코의 관계는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를 싫어하지 않나?”

    “아버지는 군인이라 어머니를 돌보아주지 못했습니다. 결혼도 강압적으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재영은 천천히 차를 마셨다.

    다케다는 자신의 어머니 나츠코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 어머니가 한국에 살고 싶어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재영은 나츠코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녀는 왜 이제 와서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것일까. 그녀는 밀항을 하여 일본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쉽지는 않을 거야. 한국에 도착하면 돕겠네.”

    “감사합니다. 저희하고의 사업은….”

    “일본에 대한 감정이 있어서 일본 제품은 수입할 수 없네. 한국인들은 일본 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을 거야.”

    “저희는 홍콩에 수출하겠습니다. 홍콩에서 수입하는 걸로 하면 될 것입니다.”

    이재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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