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4월 06일 (월)
전체메뉴

[생활 속의 풍수지리] 세상에서 쓸모없는 땅은 없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 기사입력 : 2020-01-10 08:00:02
  •   

  • 원주시 신림면의 윗성남 마을 어귀에 ‘신의 뜰’이라 불리는 성황림(천연기념물 제93호)이 있다. 원성 성남리의 성황림이 그곳인데, 마을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치악산의 성황신을 성황당(城隍堂)에 모시고 마을 공동의 제의를 지내며 가꾸고 보존해온 숲이다. 숲은 성황당 주변의 평지 숲과 도로 너머 성황당 서쪽의 산지 숲으로 구분된다. 평지 숲에는 복자기, 귀룽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등 50종류 내외의 목본식물과 복수초, 꿩의 바람, 대극 등 100여종의 초본식물이 자라고 있고, 서쪽의 산지 숲은 신목(神木)인 전나무만 자라며 신이 살고 있는 영역이라 여기면서 신성시하고 있다. 마을 입구 도로변에는 돌무더기와 목장승으로 입구를 좁게 해 생기(生氣)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도록 했다. 평지 숲에 있는 성황당은 수목과 함께 돌무더기가 비보(裨補·흉한 것을 막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성황당 앞길은 궁예가 삼국통일을 위해 출정할 때 지난 길이다. 숲 양쪽에는 내가 흐르고 있어 터의 기운을 강화시키며 식물의 생장에도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조리터 형상의 마을은 펜션과 식당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조리터는 중앙 부분이 움푹 들어간 형상의 터로 습한 기운이 가운데로 모이므로 주택으로의 쓰임보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음기(陰氣)를 양기(陽氣)로 바꾸면서 터의 기운을 순화시켜줄 수 있는 상업용 건물이 적합하다. 따라서 펜션과 식당이 주를 이루는 이 마을 건물은 터의 성질에 적합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길지(吉地)와 흉지(凶地)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보다 터의 정확한 분석을 통해 최적의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 용도로 적합한 곳 중에 강릉의 8명당 중 하나로 알려진 담산동의 모학당(茅鶴堂)이 있다. 기장현감을 지낸 김득헌이 1624년(인조2년) 창건한 이후 1818년(순조18년)에 중건했다. 택호(宅號)는 세월이 흐르면서 ‘기장댁’에서 ‘찰방댁’을 거쳐 지금의 ‘모학당’이 되었다. 강릉 김씨의 파시조인 김득헌이 기장현감을 지냈다하여 기장댁이라 했으며 70년 전 남씨 종손이 이사와 고조부가 찰방(察訪·조선시대 각 도의 역참을 관리하던 종6품 외관직)을 지냈다 하여 찰방댁이라 불렸고, 20년 전에 현 당주인 김종래가 사들여 모학당이란 택호를 지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모학당 고택은 안채 수리 중 발견된 상량문을 통해 순조 18년에 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택의 배치는 안채와 사랑채, 곳간채가 ‘ㅁ자형’이며 본채의 전면에는 솟을대문을 설치한 대문간채가 있는 등 여느 고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택은 덕우봉의 기운을 받아 내려온 산줄기를 ‘ㄴ자’로 깎은 곳에 지었다. 안산(앞산)은 ‘일자문성사(一字文星砂)’로 형상은 갖추었으나 너무 멀리 있어 흉풍을 막기 부족하며, 어단천을 앞에 두고 있으나 반궁수(反弓水)의 형상으로 고택을 외면하는 듯하다. 이러한 곳은 튼실한 주산의 산줄기와 어단천이 있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틀을 갖춘 길(吉)한 터임은 분명하지만, 앞에서 치는 흉풍과 살기(殺氣)를 막기 위해 나무를 촘촘히 심거나 틈새가 없는 바깥울타리를 조성해야 한다. 모학당 좌측은 흙 담장이 있고 우측은 나무를 빽빽이 심어 좌우측의 비보는 잘 되어 있지만, 마당으로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우측 일부분을 헐어 대문 없는 공간을 만든 것은 편리함을 위해 오히려 나쁜 기운은 불러들이고 생기는 쉽게 빠져나가는 구조가 돼 버렸다.

    강릉시 죽헌동에 운파고택이 있다. 1913년에 지어졌으며 안채와 사랑채가 ‘ㅁ자형’으로 되어 있고 토석으로 담을 쌓았으며 바깥대문이 없고 담을 쌓지 않은 측면을 통해 출입하는 구조이다. 주산의 힘찬 산줄기가 곧장 내려온 곳에 ‘ㄴ자’로 깊게 파서 짓다 보니 마치 도로 아래 주택 같다. 주산과 좌청룡, 우백호를 갖추었고 위촌천이 고택을 감싸고 있어 생기가 모인 가옥이다. 그러나 사랑채 앞은 마당이 거의 없도록 담장을 둘러 굴러온 복도 쉽게 받지 못할 것 같다. 터만 좋아도 안 된다. 생기가 새지 않도록 방비도 잘 해야 하고 사랑채 앞은 넉넉함을 갖추어야 하며 옆구리가 터진 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택은 안팎을 세심히 살펴 작은 것도 놓치지 않아야 건강과 재물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