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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가야 특산품-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20-01-20 20: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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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다 보면 출근길도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길가의 풍경도 매일 같지는 않다. 여행 계획을 잡으면 누구나 여행지에서 구경할 만한 것, 특별한 먹을거리 등을 알아본다. 거기다 낯선 여행지에서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이나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것을 만나면 참 반갑다.

    지난해 말 가족들과 서울에 갈 일이 있었다. 모처럼 서울에 온 김에 신문기사로 소개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가야본성-칼과 현’전을 구경하러 갔다. 전시회엔 가야의 중심지역인 경남을 비롯해 국내외 가야 문화재 1000여 점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 전시는 올해 4~5월엔 부산박물관, 이후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전시를 한다는데 가야의 중심지역인 경남 전시 계획이 없어 아쉬웠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에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는 가야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가 깃든 익숙한 ‘구지가’ 글이 보였다. 이어 수로왕비 허황옥이 서역 아유타국에서 바다를 건너올 때 배에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도 전시돼 있었다.

    유물들을 살펴보면서 출토지가 김해, 함안, 합천, 함양 등 경남지역이 대부분이라 참 반가웠다. 김해 덕산리에서 출토된 국보 제275호인 말 탄 무사모양 뿔잔과 함안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된 사슴모양 뿔잔, 집모양 토기, 그리고 함양 백전리고분과 합천 옥전고분군에서 출토된 금귀걸이까지. 또 ‘철의 제국’이라는 불리는 가야의 갑옷과 투구, 칼 등 무기류도 대부분 경남에서 출토된 것이었다. 잘 아는 지역명이 적힌 유물을 보며 친근감이 들었고, 특히 말 탄 무사모양 뿔잔은 김해의 도로변에 형상화된 작품이 설치돼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전시공간을 둘러보다 ‘가락국(금관가야)이 이은 세계’란 설명문이 눈길을 끌었다. ‘가락국은 동북아시아를 바다로 잇는 창구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가야의 유적에서 나온 많은 배모양 토기는 철을 매개로 군현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과 교류했음을 말해줍니다. 2·3세기 가락국 지배자의 무덤인 김해 양동리 유적에서는 일본 규슈지역의 청동거울과 청동창, 중국의 청동거울과 청동솥, 서아시아 계통의 유리금박구슬 등이 나왔습니다. 4세기에는 교역의 폭이 더욱 넓어졌습니다. 이 시기 김해 대성동고분에서는 왜의 중심부 기나이(畿內) 지역의 바람개비모양 동기와 통모양 동기, 중국 서진(西晋)의 허리띠장식, 북방 선비(鮮卑) 계통의 말갖춤, 서역의 유리그릇 등이 출토되었습니다.’

    무려 1500년 전에 가야인들이 특산품인 철을 상품으로 일본, 중국, 서역 사람들과 교역을 했다는 얘기에 그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고 어디서 묵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전시를 본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명동으로 갔다. 명동은 중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명동에서 조카가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물을 사러 꼭 들르는 곳이라며 안내한 곳에 갔다. 그곳은 아몬드 과자 판매점이었다. 아몬드에 허니버터와 와사비·딸기·칠리·카라멜·불닭·요구르트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한 제품을 판매했다. 중국인을 비롯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며 전시회에서 본 가야시대 교역이 생각났다. 가야의 중심지역인 경남에 가야문화를 바탕으로 한 관광상품이 만들어져 국제교역이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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