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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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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울긴 누가 울어- 전형수(전 경남도 법무담당관)

  • 기사입력 : 2020-01-27 20: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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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 어디 할 일이 없어 온종일 그렇게 울려고만 하겠나. 인간은 울려고 태어나 울기만 하고 사나. 살다 보면 울게 되는 경우가 있지. 마음도 육신도 견디기 힘들게 아플 때와 상대에게 힘으로 밀릴 때 억울하고 분개해서나, 가까운 피붙이나 사랑하는 인연이 끊어질 때 그리고 나의 정체성이 무너질 때 그땐 서럽게 울어야 한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울컥할 때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

    그러려면 사정없이 우는 것이 때론 필요하다. 희로애락의 감정 처리도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누군가가 부지불식간에 새가 운다.

    개구리가 밤을 새워 운다, 매미가 하루 종일 운다, 가을의 전령인 귀뚜라미가 운다 등 등 하는데 이 소리는 자연스러운 그들 소통의 수단이지 결코 우는 게 아닐 것이다. 인간이 자의적 해석으로 운다고 표현한 것일 뿐이다.

    정말 울어서 우는 것인지 그들에게 물어 보지 않고선 아마 아닐 것이다. 왜냐면 각각의 소리가 운율도 음색도 파장도 다 다르지 않은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지극히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이 알 수 없는 무리끼리 그 정체성을 지켜가기 위해서 주고받는 동작과 언어적 소리를 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니면 종을 이어가기 위해 표현하는 짝짓기 방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을 제외한 모든 동물의 소리는 그 나름대로 훌륭한 언어이고 이해와 화합을 도출하는 과정이고 수단인 고로 관심으로 살피고 귀 기울일 일이다. 허튼짐작 작작하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자. 어디 인간사만 삶이든가. 생존의 의미는 진지하다는 것을 헤아릴 필요를 느끼자.

    누구나 한 번 살다 가는 세상, 우는 일 줄이고 멋지게 한바탕 웃다 가게 하자. 하찮은 미물이라도 살아 있음을 귀히 여기고 운다는 것을 노래한다고 바꿔 생각해 보자.

    정작 우는 게 아니라고 대든다면 대처할 말 있나. 제일 많은 헛소리가 너네들 인간의 소리다. 인간의 사고와 판단으로 볼 때 그저 지저귀는 것 같아도 우리들의 소중한 말이고 참소리라고.

    전형수(전 경남도 법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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