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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그래도 출판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장성진(창원대학교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20-01-27 20: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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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문화계에서 유명 문학상 수상 거부를 둘러싼 작가와 출판사의 충돌이 화제가 되었다. 그것도 최고 수준의 권위를 가진 이상 문학상과 이를 주관하는 문학사상사를 중심으로 벌어진 일이어서 더욱 그랬다. 쟁점은 작품의 출판에 대한 권리의 귀속 문제였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 판권 문제로 수상을 거부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 출판사에서 업무 규정과 담당자의 일처리 미숙에서 비롯된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이 사건은 결과와 무관하게 문제 제기 자체가 중요하다. 도서를 포함한 문화 콘텐츠의 유통에 관한 관행과 현실을 짚어볼 계기로서 상당히 껄끄러우면서도 신선한 문제 제기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출판 환경과 실상은 거의 무제한으로 개방적이다. 생산자인 저작자의 편에서 보면 수년 또는 수십년간 공들여 연구 조사한 결과에서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이리저리 모은 것까지 콘텐츠의 편폭은 넓다. 제작자인 출판사의 편에서 보면 원고를 확보하는 데서부터 편집과 인쇄 공정이 사오십년 전에 비해 수십분의 일이나 수백분의 일 정도로 손쉽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저작과 출판에 대한 욕구를 가지게 되고, 실제로 출판물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어떤 이들은 출판의 홍수 심지어 출판 공해라는 용어까지 써가면서 부정적으로 본다. 내용의 진위와 가치를 평가할 사회적 제도를 운용할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 개인이 자료를 모으고 책을 집필하는 일은, 그 정도의 노력과 금전으로 할 수 있는 다른 활동에 비해서 여전히 의미와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어떤 기관이나 단체가 나서서 평가 분류한다고 하더라도, 그 폐해가 독자의 선택 오류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문화에 대한 통제의 역사나 오늘날 전체주의 국가의 예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정작 답답한 일은 생산과 제작의 활발한 과정이 유통의 단계에서 막히고 왜곡되는 점이다. 전통적 방식의 서점이 대거 사라지거나 문구점을 겸하는 업종 전환을 한다. 인터넷 서점이나 사회관계망의 발달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책의 생산과 수요가 급격하게 반비례하는 현상이 있다. 수량과 수준차로 인해 선택의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출판사의 역할이 강조된다. 그들도 어렵다고 말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로울 수도 있다.

    오늘날 출판물의 주종은 자비출판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주문 제작이다. 저작자 또는 그가 속한 집단에서 출판사에게 손익분기점만큼의 책을 대량으로 구매해 주는 방식이다. 저작자가 어지간한 전문가라 하더라도 수요가 적은 출판물은 어느 정도 선매해 준다. 모두들 숨기고 싶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문중이나 동호인 등 공동의 구매 요건이 충족되거나 보존에 큰 의미를 두는 단체에게는 소중한 의의를 가진다. 그렇지만 보편적인 영역의 출판물이 이런 방식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출판은 산업이다. 더 세분하면 문화산업이다. 당연히 이윤을 추구하고, 이윤을 키울 수 있는 기획을 해야 한다. 영업실적 없이도 최소한의 이윤이 보장되는 일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문화산업이기 때문에 큰 이익을 남길 출판물과, 다소 손실이 있어도 출판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출판물을 기획해야 한다. 유명 작가와 높은 인세로 계약하는 한편 장래성 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도 해야 하다. 현재 각종 지원 제도를 통해 평가가 이뤄지기는 하지만 지원의 대상을 넘어서 능동적으로 기획하고, 정체성을 가지는 문화 산업의 주역을 자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원론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을 전제하면, 앞에 언급한 대표급의 문학상과 그것을 주관하는 메이저 출판사, 이미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른 문인들이 저작권과 출판 조건을 놓고 갈등과 논의를 표면화한 일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장성진(창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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