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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랑으로 유혹하는 ‘로맨스 스캠’- 임병섭(함양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경위)

  • 기사입력 : 2020-01-28 20: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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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5월경 어느 날 모르는 외국인이 페이스북에 친구 추천이 들어왔다. 난 무심결에 수락을 했다.

    그녀는 자신을 미합중국 여성장군이라고 소개하며 혼자 아프카니스탄에서 전쟁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외로움을 호소했다. 이후 전역을 하면 내가 있는 한국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며 부모한테 물려받은 자산과 전쟁수행 중 받은 돈 약 100만 달러를 한국으로 반출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로맨스 스캠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좀 더 확인하고자, 돈은 필요 없고 당신이 직접 한국으로 오라고 설득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돈을 가져가야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면서 돈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으로 송금할 송금 수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반응이 없자 탈퇴를 하고 잠적했다.

    2014년 4월 홍콩에서 부동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여성 A(66)씨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러브스트럭’에서 한 남성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자신을 영국인 엔지니어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A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자신이 추진하는 엔지니어 프로젝트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 일만 넘기면 꼭 돈을 갚겠다면서 말이다. A씨는 아무 의심 없이 돈을 보냈다. 그렇게 보낸 돈만 1억8000만 홍콩달러(약 260억원)에 달했다. A씨는 이 막대한 금액을 4년간 200차례에 걸쳐 송금했다. 남성은 A씨에게 홍콩·일본·독일 등에 있는 은행 계좌로 돈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A씨는 4년간 단 한 번도 이 남성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이처럼 사랑을 하는 것처럼 접근하여 상대방의 돈을 갈취해 가는 것을 ‘로맨스 스캠’이라고 한다.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이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romance)’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이 합쳐진 말로, SNS 등으로 친분을 쌓은 뒤 돈을 갈취해 내는 사기 기법을 뜻한다.

    이들은 SNS나 메신저 등에서 무작위로 상대를 정해 친분을 쌓은 후 자신을 외교관 또는 군인이라고 속이며 ‘한국에 가 함께 살고 싶다’고 접근한다. 이후 ‘금이나 현금을 보낼테니 통관비를 보내달라’고 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로맨스 스캠’ 사기를 저질러 돈을 받아냈다. 이러한 수법은 심리적으로 외로운 중·장년층에서 많이 당하는 것으로 실제 피해를 당해도 피해당한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얼굴을 보지 않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면 대부분 사기라고 의심해도 좋을 것이다.

    이 같은 수법으로 외국인이 송금을 요구한다면 주위 사람들과 함께 확인하고 은행원이나 경찰에 문의를 해보고 송금을 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이다.

    임병섭(함양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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