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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고향-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1-29 20: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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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안북도 출신 김소월은 짧은 생애 대부분을 서울과 일본 등 타관객지에서 보낸 탓인지 절절한 향수(鄕愁)를 시에 담았다. 말년 작품 ‘고향’에서는 꿈에도 그리운 고향을 노래했다. ‘떠도는 몸이거든/고향이 탓이 되어/부모님 기억, 동생들 생각/꿈에라도 항상 그곳서 뵈옵니다 (중략) 마음에 있으니까 꿈에 뵈지요/꿈에 보는 고향이 그립습니다/그곳에 넋이 있어 꿈에 가지요/꿈에 가는 고향이 그립습니다’

    ▼고향은 유년이 멈춘 공간이다. 조상이 묻히고 부모와 자신의 인생 여정이 서렸다. 눈에 익은 산등성이와 논두렁 곡선은 다정함과 그리움, 그리고 아스라한 안타까움을 간직한다. 지금은 덧칠한 옛 풍경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고향은 개개인에게 형성된 그들만의 시간과 공간, 자아의 복합개념이다. 몸은 객지를 떠돌아도 세월이 갈수록 고향에 대한 감정이 애틋해지는 건 본질을 찾아가는 행로다.

    ▼고향에 대한 개념은 시대 흐름만큼 변하고 있다. 대부분 경제활동을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면서 ‘생물학적’ 고향 개념은 퇴색했다. 도시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부모의 고향과는 별개의 정서를 갖는다. 굳이 ‘아버지 고향’을 따르도록 주입하지만 또 다른 이방인을 만들 뿐이다. 대대손손 이어지는 정서적 공간적 의미의 고향은 사실상 사라지는 추세다.

    ▼설 명절, 민족 대이동이라고 할 정도로 고향 가는 길이 밀리고 멀어도 힘든 줄 모른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더 무거운 것은 인지상정이다. 고향은 마지막 안식처다. 객지 생활이 팍팍할수록 고향의 품은 더욱 포근하다. 비록 처지가 빈한하고 유년 시절 꿈은 아득히 멀어졌다 해도 고향은 넉넉하게 품어준다. ‘언제든 가리라 마지막엔 돌아가리라/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노천명 시인의 ‘망향’처럼 귀향은 만인의 꿈이다. 하지만 절대적 삶의 터전인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고향은 더욱 애잔한 그리움이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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