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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태양 향한 내 마음은 프리즘인가? 먹종이인가?- 이인경(인제대 교수)

  • 기사입력 : 2020-01-30 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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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에 엄마와 딸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엄마가 어린 딸을 업고 이웃마을에 놀러가는 길에 큰 구렁이를 만나게 됐다. 구렁이가 길을 막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말했다. “에구, 저 구렁이 좀 봐라. 징그럽다!” 그러자 어린 딸이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용님이신데 왜 그래?” 그러자 구렁이가 길을 비켜주더니,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고 한다. 지금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는 대상이 엄마의 눈에는 구렁이로 보여서 징그럽기만 했는데, 어린 딸이 그것은 용이라고 불러주자 곧바로 용이 되어서 승천했다는 얘기다. 오랜 경험을 통해 굳어진 고정관념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엄마와는 달리, 어린 딸은 눈앞에 놓인 존재의 잠재성과 본질을 열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심리학에는 ‘거울자아’란 개념이 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나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자아상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아이의 자아정체감은 부모의 양육태도에 크게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부모가 아이를 구렁이라고 믿고 그렇게 불러주면 구렁이로 성장하게 되지만, 용이라고 믿고 그렇게 불러주면 마침내 용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자는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적극적으로 통찰해 이것이 발현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함을 다시 깨닫게 된다.

    한편, 자신의 자아정체성이 이렇게 타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규정당하거나 지배당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외부의 자극에 의해 날마다 요동치는 불안한 자아정체감을 갖고 사는 것은 참으로 불행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가 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의 오롯한 주인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자. 나는 프리즘인가 먹종이인가? 외부로부터 똑같은 태양빛이 비치지만 프리즘은 아름다운 무지갯빛을 만들어내고 먹종이는 깜깜한 어둠만을 드리운다. 외부적 조건과 자극을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하느냐가 나의 자아정체감과 행복감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나를 구렁이로 만들거나 용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이인경(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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