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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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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61) 제25화 부흥시대 71

‘영주가 참 예쁘구나’

  • 기사입력 : 2020-01-31 08: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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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헌과 대통령선거로 부산은 항상 떠들썩했다. 권력을 차지하려는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홍콩의 경제인들은 한국이 조만간 휴전될 것이고 휴전이 되면 부흥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 중에 부흥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조금씩 부족해.’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이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 발밑만 내려다보기에 바빴다.

    ‘바다 건너 미국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미국이나 유럽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사명감이 없었고 10년 앞을 내다보지 않았다.

    ‘나라가 이 꼴이 된 것은 지식인들 책임이야.’

    이재영은 때때로 정치인들보다 지식인들이 더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지식인들은 일본을 발전시키기는 했으나 대동아공영을 내세워 일본인들을 전쟁터로 내보냈다.

    수많은 일본인들이 천황폐하를 외치며 죽어간 것은 일본 국민들의 책임이다. 그들이 우매했기 때문에 전쟁터로 끌려간 것이다. 나치 독일이 유태인 600만명을 학살한 것은 히틀러의 짓이지만 독일 국민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국민들도 깨어나야 한다. 정치가나 지식인들의 선동선전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교언영색.

    위정자들은 교묘한 말과 얼굴로 국민들을 현혹한다.

    나라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국민을 위한다는 말이다.

    부산의 상황은 애국을 내세운 광기다.

    영주가 이재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재영이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긴 탓이다.

    ‘영주가 참 예쁘구나. 이런 아이가 왜 기생을 하고 있는 거지?’

    이재영은 때때로 그런 생각을 했다.

    “예쁘지 않으면 누가 기생을 보고 술을 마시러 요정에 오겠어요? 예쁜 여자 아이들만 뽑으니 기생이 당연히 예쁘죠.”

    언젠가 연심이 말했었다.

    “요정은 잘 돌아가고……?”

    비로소 영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근데 휴전이 된다면서요? 휴전이 되면 정부도 환도할 텐데 장사가 될까요?”

    영주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휴전은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크게 관심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과 국민들은 휴전을 반대하고 있었다. 통일이 될 때까지는 전쟁을 그치지 않겠다는 것이 한국의 입장이었다.

    “술장사야 큰 타격을 받겠나? 부산 사람들이 죄 서울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휴전이 되어도 부산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도 많을 거야.”

    “네에.”

    영주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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