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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형 기부자 맞춤기금’ 경남1호 탄생

  • 기사입력 : 2020-02-02 20: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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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 같은 빗물에 씻겨, 온 세상의 미세먼지가 깨끗하게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 있는 중소기업인 ㈜현대정밀의 공동대표이자 부자(父子) 관계인 오춘길(76) 회장과 오정석(48) 사장은 경남에서 1호(전국 8호)로 ‘한국형 기부자 맞춤기금’ 30억원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년 동안 기부키로 지난달 31일 약정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이번 연말연시에 어려운 이웃을 찾은 발길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거금을 쾌척한 것이어서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중장비 부품 제조업체인 현대정밀도 지금 불황 때문에 힘들게 회사를 운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기부로 다소 추웠던 경남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모금 종료일인 31일까지 3년 만에 100도를 넘는 데 성공했다.

    ‘한국형 기부자 맞춤기금’은 기부자와 운용자가 다르다. 이번 기부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30억원이 장학사업에 쓰이며, 운용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맡는다. 장학기금으로 쓰이는 데에는 아버지의 뜻이 컸다. 장학사업은 오 회장에게는 삶의 숙제 같은 것이었다. 오 회장은 “어린 시절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야간에 중학교를 다니면서 고등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신문배달을 하는 등 고생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며 “그래서 늘 가슴 한편에는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소망을 꼭 이루고 싶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부전자전(父傳子傳). 앞서 부자는 1억원을 기부하는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도 각각 이름을 올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현실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실천하는 사람들이 ‘도덕적 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어느 사회든 어느 국가든, 그 제도와 그 지도자가 모든 책임을 다할 수 없다. 이들 부자처럼 힘들게 회사를 운영하지만 자신들보다 더 힘든 이들을 위해 도덕적 의무를 갖는 사람, 기업 등이 있기 때문에 사회와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경남에서 2호, 3호 맞춤형 기부자가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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