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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Ownership(주인의식)- 김정현(진해 출신 캐나다 초등교사)

  • 기사입력 : 2020-02-02 20: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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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 경찰서로 통역을 간 적이 있다. 회의실 같은 큰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경찰 대여섯 명과 그 사이에 앉아 있는 50대 후반의 한인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사건은 이러했다. 아저씨는 시골 마을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낮에 젊은 남자가 칼을 들고 들어와 돈을 달라고 협박한 것이다. 아저씨는 용감하게 맞서 싸우셨고 잠깐의 몸싸움 끝에 결국 범인은 도주했다. 경찰은 용의자 사진을 20장 정도 보여주며 그중에 범인이 있는지 물었다.

    몇몇 얼굴을 오랫동안 응시했지만 결국 어느 누구도 지목하지 않았고, 협조를 마친 그분은 경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의 선처를 원해요. 저도 아들을 키우는 부모고 그 범인의 아버지도 제 고객인데 아들이 감옥에 들어가면 아버지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 청년의 미래를 위해 경관들께서 용서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차분히 말씀하시는 그분의 모습을 보며 나는 울컥 눈물이 올라와 간신히 통역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여러 명의 경관들이 미소를 지으며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다. “당신의 착한 마음을 알겠어요. 칼에 찔려 큰 변을 당할 뻔하였지만 청년을 위해서 그렇게 생각해 줄 수도 있죠. 하지만 진정 당신이 그 청년을 위한다면 그 사람이 자기가 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합니다. 당신은 가게에서 일어난 일을 그냥 넘겨주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나쁜 결과(consequence)를 깨닫지 못하면 그 사람은 훗날 다른 가게에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그때는 어느 누군가가 심하게 다칠 수도 있어요. 아마 그 청년의 아버지도 저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영어에서 ‘consequence(결과)’라는 말은 결국 사자성어로 자업자득, 사필귀정, 인과응보 같은 것일 거다. 캐나다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스스로 선택하는 교육을 시킨다. 떠드는 아이에게 교사는 “조용히 하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같이 공부할 거니? 아니면 교실 뒤쪽에 가서 혼자 심심하게 서 있을 거니?” 하고 묻는다. 그리고 덧붙인다. “Make the right choice(옳은 선택을 해).” 조용히 하라든지 혼을 내겠다든지 하는 말은 캐나다 교육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신 반이 시끄러울 때 “I cant hear what Jenny is talking about(제니가 하는 말을 들을 수가 없네).” “I am talking. Show respect(선생님이 말하고 있으니 예의를 지켜주겠니)”라며 학생들이 자기 행동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만나는 많은 한인 아이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한테 혼나요, 엄마가 싫어해요, 엄마가 잔소리하세요, 엄마가 실망하실걸요, 엄마가 먹으래요, 엄마가 배우라고 해서요, 엄마한테 일러주실 건가요… 우리 아이들은 진정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걸까? 아이들에게 인생의 주인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Teaching Kids to Take Ownership).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김정현(진해 출신 캐나다 초등교사)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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