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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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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허리야~ '허리 통증'

요로결석으로 인한 옆구리 통증이나
골반 문제로 인한 골반 통증
요통으로 착각하기 쉬워

  • 기사입력 : 2020-02-03 0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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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 통증(요통)은 두 발로 직립 보행하는 인간의 특권이자, 회피하기 힘든 숙명적인 고통이다. 허리 통증은 감기만큼이나 흔한 증상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의 80%가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허리 통증을 한 번은 경험한다고 한다. 이 중 대부분은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지만, 15%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허리 통증은 오랫동안 허리를 숙이고 일하거나, 앉은 자세로 오랫동안 근무하는 현대인에게 쉽게 찾아온다. 흔히들 알고 있는 허리 디스크 질환이나 허리 주변 부위 근육 통증으로 발생할 수 있고, 복부 장기의 문제나 골반 부위의 문제가 있더라도 발생할 수 있다.


    몸에 이상이 발생하면 그것을 감지하고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해서 통증이 있다고 느끼는데, 우리 몸에는 신경 분포가 부위별로 각각 다르기 때문에 통증의 정도나 통증이 있다고 느끼는 위치가 각각 달라진다. 특히 허리 부위는 신경이 적게 분포돼 있어서 실제 원인이 배나 골반 부위에 있어도 마치 허리가 아픈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이처럼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몸의 신경 분포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두 점 식별검사’라는 것이 있다. 실제로 두 점 식별검사는 몸의 감각이 떨어진 정도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방법인데, 누구든 간단하게 확인해 볼 수 있다. 먼저 눈을 감고 오른쪽 두 손가락 또는 하나를 왼쪽 손가락의 끝과 목 뒤에 대본다. 손끝은 손가락이 몇 개였는지 쉽게 알 수 있지만, 뒷목을 누르면 쉽게 구별이 안 간다. 목이나 등 부위는 손끝이나 발끝만큼 신경 분포가 많지 않은 탓인데, 두 점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각이 떨어지는 곳이라면 실제로 아픈 곳이 그곳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아픈 부위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X-ray나 CT, MRI 등의 검사를 통해서 받은 진단은 대단히 객관적이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영상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는 당연히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진단이라 하더라도 그 진단과 통증의 원인이 같을 것이라고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MRI에서는 디스크 질환이 나왔는데, 환자는 주로 옆구리의 통증을 호소했다. 요로결석이 원인이었던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진단명, 환자가 아프다고 생각하는 곳, 실제 원인이 각각 모두 다른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허리 통증은 골반 부위가 아파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골반의 여러 근육 중 골반의 신경 바로 위에 닿아 있는 ‘이상근’이라는 근육이 있는데, 이 근육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마치 허리 디스크 질환과 유사한 신경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의자에 앉았을 때 골반뼈 중에서도 치골이 의자에 닿는데, 이곳에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가 담겨 있는 주머니가 있다. 이것을 ‘골반 윤활낭’이라고 부르는데, 오래 앉아 있으면 이곳이 눌려서 염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도 마치 허리 통증처럼 증상이 느껴진다.

    골반 부위가 허리와 전혀 다른 부위인데도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의아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인사를 할 때 허리를 숙여서 인사한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허리 즉 요추를 숙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숙이고 접히는 곳은 골반이다. 허리 통증 환자는 의자에서 앉았다가 일어날 때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많이 호소하는데,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보면 ‘ㄴ’자로 접힌 골반이 우선 더 접히면서 체중이 앞으로 이동한 다음, 무릎과 골반을 펴면서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골반에 문제가 있는 경우 움직임을 통해 골반이 더 접힐 때 통증이 발생하지만, 통증 부위는 마치 허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요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손으로 붙잡고 일어나는 것을 선호한다. 손으로 붙잡고 일어난다는 의미는 허리를 펴는 의미보다는 골반이 접히지 않도록 하는 의미가 더 크다. 따라서 앉았다가 일어날 때 발생하는 요통의 경우 골반 부위의 원인을 먼저 파악해 볼 수 있다.

    디스크 질환은 허리 통증보다는 다리의 근력 저하나 감각 이상이 주로 동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발목을 들고 뒤꿈치로만 걸어 보거나, 발끝으로만 걸을 때 힘이 빠지는 부분이 있다면 디스크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다리를 만져 보았을 때 남의 살처럼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도 디스크 질환을 의심해 MRI 촬영이 필요할 수 있다.

    척추 협착 역시 통증보다는 단거리를 걸어도 힘이 자주 빠지는 증상을 주로 호소한다. 특히 척추 협착은 이마에 주름이 생기듯이 나이가 들면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누구나 허리 통증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MRI에서 나온 진단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진짜 아픈 원인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MRI가 구조적인 변화를 보는 검사라면 신경의 기능적인 부분을 검사하는 신경전도 및 근전도 검사라는 것이 있는데, 구조와 기능의 이상을 종합적으로 보면 원인을 더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신경전도는 신경이 지나가는 주행 경로에 전기 자극을 해서 신경의 기능을 알아볼 수 있는 검사이며, 근전도는 바늘로 특정 근육을 찌르고 그 곳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감지하면 해당 근육에 분포한 신경의 손상 여부를 알아 볼 수 있는 검사이다. 허리 디스크 질환의 경우 요추 4·5번 그리고 천추 1번의 디스크가 주로 많은데, 해당 번호에서 나오는 신경들은 각각 다른 주행 경로와 다른 근육에 분포를 하기 때문에 몇 번 신경이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근전도 검사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도움말= 희연병원 제5재활의학과 김민태 과장

    정오복 선임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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