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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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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23) - 함부로, 들고 일어나다, 몰아내다, 삼다

  • 기사입력 : 2020-02-04 0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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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73과 74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72쪽 첫째 줄에 ‘나라 이름’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국호’라고 하지 않고 ‘나라 이름’이라고 한 것이 아이들에게는 쉬운 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줄에 “옛터를 차지하였다.”도 굳이 어려운 말을 쓰고자 한다면 ‘고토를 점령하다’ 또는 ‘고토를 점거하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셋째 줄에 있는 ‘중’과 넷째 줄에 있는 ‘여러 고을’도 쉬운 토박이말을 써서 반가웠습니다. 넷째 줄과 다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서울로 하여 나라를 세워서”도 ‘수도’니 ‘건국’이니 하는 어려운 말이 아닌 쉬운 말을 골라 쓴 것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도 아이들 배움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배우고 이어받아야 할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74쪽 둘째 줄에 있는 “후삼국이 벌어지게 되었는데”도 “후삼국이 성립되었는데”와 같은 말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이것은 앞서도 말한 바가 있지만 ‘성립되었는데’를 쉬운 말로 어떻게 풀이할 것인지를 모르게 된 우리들에게 좋은 보기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줄에 “함부로 사람을 죽이므로”와 다섯째 줄과 여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그 부하들이 들고 일어나 궁예를 몰아내고”도 참 쉬운 말이라서 좋습니다. 다른 책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살인’이라는 말을 쓰고 ‘들고 일어나는 것’도 ‘봉기’라고 하고 ‘몰아내는 것’도 ‘축출’이라고 하는 것을 자주 보기 때문에 이런 옛배움책에서 쓴 쉬운 말이 더욱 반갑고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있는 ‘왕건을 세워 임금으로 삼았다’도 ‘왕건을 왕으로 추대하였다’나 ‘왕건을 왕으로 옹립하다’보다는 아이들에게는 훨씬 쉬운 말이라서 좋습니다. 아홉째 줄과 열째 줄에 걸쳐 나오는 “신라가 이렇듯 세 나라로 갈라진 뒤”에서 ‘갈라진’도 ‘분열된’보다 쉬운 말이고 그 다음 줄에 있는 “날로 줄어들었다”에서 ‘줄어들었다’도 ‘감소되었다’보다 아이들에게 쉬운 말입니다.

    열둘째 줄과 열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왕건의 덕망과 위력에 쏠려서 여러 고을이 저절로 항복하였다.”에서는 ‘쏠려서 여러 고을이 저절로’가 쉬운 토박이말라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보다 쉬운 ‘저절로’를 써서 좋았을 뿐만 아니라 ‘왕건’이라는 사람의 힘이 어떠했는지를 잘 풀이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열다섯째 줄에 나오는 ‘최후의 임금’은 ‘마지막 임금’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어서 나온 ‘생각다 못하여’는 ‘고민하다’는 어려운 말을 갈음할 수 있는 좋은 보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옛날 배움책에서 쉬운 말을 쓴 좋은 보기들을 그냥 보아 넘기지 말고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보는 배움책에 살려 쓰고자 하는 마음이 온 나라에서 들불처럼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거듭 하게 됩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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