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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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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당신은 모르실 거야~- 장수용(경남사회복지관협회장)

  • 기사입력 : 2020-02-04 20: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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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의 어느 장애인 시설 협회는 1년에 한 번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를 한다.

    당시 나는 뇌병변 장애로 보행이 불편한 30대 여성 경자(가명) 씨를 보조하며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가 무르익을 즈음, 장애인 모두가 체육관의 중앙에 모여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시간이었다.

    경자씨와 나는 체육관 가장자리에 앉아 다른 장애인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때 처음 보는 여성이 다가와 경자씨에게 물었다. “춤추러 가고 싶어요?” 나는 질문을 가로채듯 대답했다. “경자씨는 몸이 불편해서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자 여성은 싱긋 웃으시더니 다시 한 번 경자씨에게 물었다. “춤추러 갈까요?”

    나는 누구길래 자꾸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지에 대한 약간의 의문과 짜증이 머릿속에 섞였다.

    그때 경자씨가 수줍게 대답했다. “네.”

    경자씨는 처음 보는 여성의 손을 잡고 체육관 중앙으로 조심스레 걸어갔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불안한 걸음으로 체육관 중앙에 도착한 그녀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듯 양팔을 힘차게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여성의 질문을 가로챘던 것은 어쩌면 나의 게으름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의 오만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을 때 여성이 경자씨를 데리고 나에게 돌아오며 인사를 건넸다.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고생 많으세요.”

    나는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했다.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었다. “경자씨, 춤추고 싶었어요?” “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한계를 우리가 정하는 경우가 많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경자씨처럼 그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노력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첫 발걸음이다.

    장수용(경남사회복지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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