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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자연의 운행에 마음을 맡기고- 임현숙(창녕 갤러리DM 관장)

  • 기사입력 : 2020-02-05 2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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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자의 양생주(養生主, 삶을 주도하기 위해서 마음을 바르게 기르는 것) 편에 보면 소를 잡는 백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 잡을 때 몸놀림이 유연하기로 소문이 나서 틈과 결을 잘 이용하여 고기가 썰리는 소리가 마치 음악소리 같다는 포정( 丁)의 칼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포정은 소 본연의 생김새를 따라 근육의 틈새를 열어 고기의 결대로 작업하기 때문에 칼이 뼈에 절대로 닿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행위는 단순히 소 잡는 일이 아니라 마음으로 소를 보고 자유로운 정신적 작용에 의해 오래된 칼 한 자루면 가능했다고 한다.

    소를 잡는 실력이 예술의 경지인 포정처럼 생활의 달인이 기술보다도 도(道)를 중시한 것은 지금의 기업과 사회가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결과를 중시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회가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던 장자도 세상의 순리 속에 자신을 맡겨서 인생의 칼자루를 쥐는 것이 최고의 양생이었을 것이다.

    삶은 마치 등장인물이 쉴 새 없이 교차되는 영화처럼 우리 일상의 곳곳에 수많은 복선이 깔려있다.

    만약에 우리 삶에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런 단조로움은 더 참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불과 몇 년 전에도 메르스 발생으로 온 나라가 공포에 떨었고, 테러 같은 끔찍한 일로 세계가 분노했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마음들이 불안하다. 불안을 느끼는 상태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몰라서이다.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원한다면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욕망에 눈이 어두워 무리수를 생각하지도 말자.

    포정처럼 자신의 일에 정성을 기울이며 마음 한 자락을 자연의 운행에 맡기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물음투성이에 대한 삶의 정답일 수도 있겠다. 그나마 시간이 빠르게 흘러 사람들의 아픔을 무뎌지게 하는 것은 다행이다.

    중국 후베이성의 군사·교통의 요충지 우한시(武漢市)의 꽃이 추위 속에 피는 매화이다. 조만간 언 마음들 가운데에 활짝 피어 난 도도한 매화의 소식들로 뉴스가 도배되면 좋겠다.

    임현숙(창녕 갤러리DM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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