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05일 (수)
전체메뉴

[사람속으로] 의령 승마체험장 가가홀스 ‘馬통령 부부’ 박정제·윤순점

“정 주는 말, 맘 주는 말, 힘 주는 말… 말 못해도 말 통해요”
어린 시절 소 등 타고 놀며 말타기 꿈 가져
10년 전 농장 열었지만 입지 안좋아 좌절

  • 기사입력 : 2020-02-06 20:49:52
  •   
  • 어릴 때부터 소를 타고 다니며 말에 대한 동경을 했다. 나이 50대에 모든 걸 그만두고 말을 기르기 위해 귀농을 선택했다. 하지만 터 잡기가 쉽지 않아 포기하고 싶었다. 의령을 떠나려고 남강변 도로를 지나가는데 우연히 허름한 막사를 발견했다. 막사를 보고 확신을 가졌고, 꿈꾸던 승마체험장을 열었다.

    10년 동안 의령에서 승마체험장 가가홀스를 일궈낸 박정제(60)·윤순점(57) 부부는 말과 함께 사랑을 느끼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부부에게 말은 타는 동물이기 이전에 인간에게 아낌없이 무엇이든 주는 동물이다. 의령의 ‘말(馬)통령’ 부부의 말과 함께하게 된 삶을 들여다봤다.

    의령 가가홀스 승마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제·윤순점 부부가 사육 중인 말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의령 가가홀스 승마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제·윤순점 부부가 사육 중인 말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어릴 적 말타기 꿈이 귀농으로

    진주시(옛 진양군) 사봉면 시골에서 태어난 박정제씨는 놀이기구가 없던 어린 시절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소 풀 먹이러 나가 소 등을 타고 놀았다. 그러나 소의 속도가 느려 꼭 말을 타겠다는 꿈을 가졌다. 그는 “내가 타고 있는 건 소가 아니라 말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랴 이랴’ 하며 속도를 내보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거였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꼭 한번 말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5년 전 중장비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말 1필을 키웠다. 항상 새벽에 말을 탄 후에 일을 하러 나가고, 일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말을 탔다. 그 시절에 말과 나눈 교감을 평생 잊을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말타기 꿈을 이룬 게 너무 행복했다.

    말로 인해 느끼는 이 행복감을 아이들도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큰 꿈을 갖기로 했다. 더 늦기 전에 말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귀농을 결심했다.

    △좌절 겪고 폐허 축사 다시 일궈

    말을 좋아하는 것은 이해했지만 말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남편의 말에 아내 윤순점씨의 반대가 많았다. 말에 대한 박정제씨의 확고한 신념은 아내를 설득시켰다.

    말을 기르기 위해 3년 동안 준비했다. 2013년 의령군 칠곡면 국가 땅에서 말 7마리로 농장을 열었다. 그러나 말농장을 계속하기에는 부적절한 부지였다. 부지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터 잡기는 쉽지 않았다. 안 되는구나 싶은 좌절이 다가왔다. 2015년 7월께 아내와 차를 타고 진주로 돌아가던 중 남강변 옆에 폐허 같은 축사가 눈에 들어왔다. 박씨는 “그때 축사가 비어 있어 주인을 만나 의령에서 말들과 함께 살고 싶다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승낙을 해주셔서 이곳에 터를 잡게 됐다”고 했다. 부부는 잠을 줄여가며 축사를 청소하고 가꿨다. 사람이 올 수 있게 하나하나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망망대해 말 키우기…먹고살기도 막막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를 마주하는 것과 같았다. 말들을 키우면 적극 도와주겠다던 사람들도 막상 시작한 후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아 당황했다. 부부는 독학으로 배워야만 했다. 책에서 정보를 얻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배우며, 잘못된 것은 보완하며 주먹구구식으로 체험장을 힘들게 운영했다. 하지만 말을 키워서 먹고살 수 있을지,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많은 고민이 들었다.

    “무작정 의령으로 말을 데리고 왔을 뿐 홍보도 할 줄 몰라 손님은 없고, 그 당시 장비업을 하던 중이라 말 사료는 기계를 하나씩 팔아가면서 사다 먹이고, 틈틈이 현장도 나가고 아주 악조건이 되어버렸지요.”

    아내는 포기하고 다시 진주로 가자고 했지만 남편은 다시 고향으로 간다는 게 쉽지 않았다. 남편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의령이란 곳에서 반드시 말로 꼭 성공해보고 싶어 보물들과 몇년만 시간을 나누고 가자고 하였지요. 무릎이 아파 수술을 해야 하지만 말을 타면 괜찮았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장애인 승마대회도 나가 상도 받고 하면서 평생 반려동물인 말과 더욱 같이하고 싶어졌다.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말로 인해 바뀌는 모습은 힘들어도 끝까지 해나가야 한다는 힘을 주었다.

    아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령군기술센터 강소농교육에서 e-비지니스 교육을 통해 블로그를 배워 가가홀스 블로그를 만들어 직접 홍보를 했다. 블로그를 보고 먼 지역에서 아이들과 찾아오는 학부모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말은 아낌없이 다 주는 동물”

    이제 부부에게 말은 개나 고양이처럼 반려동물로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다. 부부에게 말은 어떤 동물이냐고 묻자 “사람에게 바라지도 않고 아낌없이 뭐든 다 줄 수 있는 동물이며, 몸으로 같이 뒹굴 수 있는 친구, 때로는 남친, 자식이 될 수 있는 동물이죠.”

    말은 단순히 타는 동물로 생각하기보다 먹이를 주거나 눈빛을 마주하거나 콧등을 쓰다듬어 주거나 하면서 교감을 통한 사랑을 배울 수 있는 동물의 의미가 더 크다고 부부는 강조한다. 그래서 말은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라 생각한다.

    “말을 만지고 쓰다듬어 주며 스킨십을 하는 것은 내가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죠.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에게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말과 대화를 하게 되고, 가만히 들어주고 있는 말에게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하죠. 안전하게 나를 태워 주고 있는 말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말과 친구가 되어 가는 것이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죠.”

    무엇보다 박정제·윤순점 부부는 자폐증 또는 지적장애, 신체장애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자신의 승마교육장에서 조금이라도 치유가 될 수 있도록 언제든 무료로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아이들과의 교감과 치유 목적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부부가 기르고 있는 말들은 하나같이 장애인 안내견처럼 온순한 게 특징이다.

    박씨는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말을 만나면 말을 할 수 있다”며 “말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세상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제·윤순점 부부가 말을 탄 채 사진을 찍고 있다.
    박정제·윤순점 부부가 말을 탄 채 사진을 찍고 있다.

    △말에 빠져 20개 넘는 자격증 취득

    아이들과 장애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말에 대한 관심으로 부부가 취득한 자격증은 20개가 넘는다.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지역아동교육 지도사, 미술심리 상담사, 인성지도사, 장애인 승마 지도사, 약용식물 자원 관리사, 웃음치료사, 레크리에이션 지도사, 식물자원관리사, 식생활 교육 지도사, 진로적성상담사, 방과후 학교지도사 등등.

    부부는 “조련을 배우고, 장애인에 관한 공부도 접하면서 말에 점점 더 빠져들기 시작했다”며 “인공수정도 배우고 마케팅도 배우고, 재활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회복지사 공부도 하고 말 관련 대학도 다니면서 늦깎이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자격증이 많이 생겨났다”고 했다.

    △교육장으로서 승마장으로 도약

    현재 가가홀스 승마교육장에는 승마용 말 13마리, 포니 6마리, 제주마 1마리, 그리고 승마용 말로 키우고 있는 망아지 2마리, 노새 1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5월 의령교육지원청과 업무 체결로 초·중·고등학교의 방학 또는 방과후를 이용한 승마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2016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교육농장 인가와 품질인증을 받았다. 단순 승마장이 아닌 교육장으로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만들어 한걸음 한걸음 성장했다. 포털에서 가가홀스를 검색하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부부는 “말이랑 산책도 할 수 있고, 버려지는 나무로 생명을 불어 넣어 주는 말 목공예 체험, 편자게임, 전래놀이 투호, 제기차기, 말과 함께 릴레이게임 등을 통해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승마장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글=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호철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