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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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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24) - 끊어지다, 기울다, 무렵, 나라 일, 바로잡다, 힘쓰다, 이듬해, 틈이 나다

  • 기사입력 : 2020-02-11 07: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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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75과 7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75쪽 첫째 줄과 둘째 줄에 걸쳐 ‘왕실이 끊어지고 말았다’가 나옵니다. 여기서도 ‘왕실이 망했다’거나 ‘왕실이 단절되었다’고 하지 않고 ‘왕실이 끊어지다’라는 쉬운 말을 써 주어서 반가웠습니다.

    이어진 익힘에도 쉬운 말들이 여러 가지 나왔습니다. 넷째 줄에 ‘신라가 기울어져 갈 무렵’이 나옵니다. 다른 책이나 풀이에서 ‘신라가 쇠퇴할 시기’와 같은 말을 자주 보는데 옛날 책에서는 이렇게 쉬운 말로 풀이를 해 주고 있습니다.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걸쳐 “일반 백성들이 나라 일을 바로 잡기에 힘쓰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있습니다. 이 월은 ‘일반 백성들이’만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책에서는 ‘국사’라고 하는 것을 ‘나라 일’이라고 했고 흔히 ‘노력하지 못한 이유’라고 할 것도 ‘힘쓰지 못한 까닭’이라고 쉽게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홉째 줄과 열째 줄에 걸쳐 있는 “나라 일을 맡아 보는 사람은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라는 월에는 토박이말이 아닌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흔히 ‘공무원’이라고 쓰는 말을 ‘나라 일을 맡아 보는 사람’으로 쉽게 풀이해 놓았습니다. 이런 쉬운 풀이도 눈여겨보아야 하겠지만 ‘나라가 기울어져 갈 때 나라 일을 맡아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물음에도 어떻게 갚음(대답)을 해야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76쪽 첫째 줄에 나오는 ‘가름’과 둘째 줄에 나오는 ‘조각’은 우리가 책의 얼개를 짤 때나 배움마당(단원)을 나눌 때 가져다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거듭해 보았습니다. 둘째 줄에 이어서 나온 ‘벋어남’도 ‘발전’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임을 앞서 살펴본 바가 있습니다. 이 말과 넷째 줄에 나오는 ‘뻗치었는가’는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이라는 것도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넷째 줄부터 여섯째 줄에 걸쳐 있는 ‘어떤 좋은 제도가 마련되어 백성의 살림을 도왔는가 조사하여 보자’에도 ‘제도’, ‘백성’, ‘조사’를 빼면 다 토박이말입니다. 그리고 이 월을 보면서 ‘~이/가 마련되어’와 같이 남 또는 다른 것 때문에 하는 꼴보다는 ‘~을/를 마련하여’와 같이 스스로 하는 꼴로 나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덟째 줄에 ‘물러나고’와 ‘임금’이 나오고, 아홉째 줄에 ‘나라 이름’이 나옵니다. 이 말도 다른 책에서는 ‘퇴진하고’, ‘왕’, ‘국호’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말이 아닌 쉬운 토박이말을 썼다는 것이 반갑고 고맙기까지 합니다.

    아홉째 줄부터 열한째 줄에 걸쳐서 ‘그 이듬해 도읍을 철원으로부터 송악(지금 개성)으로 옮기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흔히 ‘내년’, ‘익년’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말을 쓰지 않고 ‘이듬해’라는 말을 써 주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앞서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할 때 ‘서울을 옮기었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여기서는 ‘도읍’이라는 말을 쓰고 ‘옮기었다’는 말을 썼다는 것입니다.

    열둘째 줄에 나오는 ‘가지고 와서’도 그렇고 열넷째 줄에 ‘틈이 나서’와 열다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사람을 보내어 그를 맞이하고’까지 모두 쉬운 말로 풀이를 하고 있어서 마지막까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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