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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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팽(烹) 당하는 인생?-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2-11 20: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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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초(正初) 영하의 날씨에, 허름한 ‘줌마 포차집’에서‘ 늙수그레한 꼰대 5명이 모여 신년 만남회 겸 막걸리 몇 잔을 걸치는 시간에, 지난해를 되씹으면서 기해년을 빛낸 인물로 선정된 펭수 예찬으로 시간을 보냈다. 펭수는 모 방송국 어린이 프로그램의 펭귄 캐릭터인데, 요즘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이다. 펭수는 언제, 어디서나 할 말을 다 하고 주저하지 않는 솔직함과,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 따뜻한 마음을 주는 펭수이기에, 기해년을 빛낸 캐릭터 인물 1위로 선정된 것 같다.

    어찌 보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가장 재미있게 풍자하고, 스트레스가 쌓인 우리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잘 그려낸 것 같다. 꼰대들은 대포 몇 잔에 힘을 얻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펭수 같이 살자고 입을 모으는데, 유머가 있는 친구가 ‘지난해는 펭수의 해였지만, 아마 올해도 펭수 항렬과 비슷한 팽(烹) 당하는 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히트를 칠 것’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하여 듣자하니, 4월 총선 때문에 팽(烹)당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가 되어, 세상이 시끄러울 것이라는 농담 아닌 진담에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했다.

    팽(烹)은 고사성어의 토사구팽(兎死狗烹)에서, ‘토끼를 잡던 개가 자기 역할을 다하고 나면 쓸모가 없어 버림을 받는다’는 뜻이다.

    지난 연말에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 때문에, 이번 총선은 어느 선거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모두들 예견을 하고 있다. 거대 정당들의 공천이나 경선 때문에 팽(烹)의 값이 상한가가 예상되며, 그래도 복잡한 정국이 더 혼란스러울 것 같다. 이번 선거를 사생결단으로 서로가 실권을 잡겠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烹 비율을 높였다 자기 발로 조직을 걸어 나온 사람이나, 처신을 먼저 결정한 사람은 烹이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겠지만, 4년 동안 한솥밥을 먹으면서 나라와 고장을 위해 정국을 논하고, 조직을 위해 헌신하면서 형제 못지않던 구성원들이, 총선이 다가오면 갖가지 미명 아래 ‘꼬시락 제 살 베어 먹듯이’, 자기 살을 도려내는 아픔에 잘린 사람들이 주객이 전도된 요지경 같은 사건이나 많은 경선의 패배자들도 하기 좋은 말로 烹당했다고 할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권세를 누리던 맹수들도 늙고 세력이 약해지면, 烹을 당하거나 스스로 자멸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도 동물의 세계와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좀 야박한 말로 사람들의 인생사도 결국은 ‘공수래 공수거’인데, 요즘은 경쟁의 사회이고 이질적인 집단사회이기 때문에 烹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요즘 烹은 갑·을 관계에 있어서 갑의 횡포가 너무 난무하고 인정사정이 없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 사랑을 하다가 절교를 하는 것도 어느 한쪽이 烹 당하는 경우라 할 수 있고, 어린이들의 왕따도 일종의 烹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당 정치에서는 어찌 보면 烹이 필연적인 것 같지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이해와 좋은 모습으로 만나고 헤어짐이 밝은 사회의 기본인데 烹시키는 일은 될 수 있으면 없어야 하겠다. 특히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인륜지기본(人倫之基本)’인 부모와 자식간이나 부부간에도 간혹 烹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제발 이런 불행만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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