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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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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태곳적 엄마 소리, 옴~- 최규하(한국전기연구원장)

  • 기사입력 : 2020-02-12 20: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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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터에서 잘 뛰놀던 한 어린아이가 저기서 ‘엄마’ 하고 목청껏 부르며 제 어미에게로 달려든다. 눈도 떼지 않고 지켜보는 어미가 어디로 가버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미 품으로 달려드는 아이와, 덜렁 받아 안는 엄마는 어느새 뒤엉켜 하나가 되어 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저게 사랑,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참사랑’이다 싶다.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세상이 유지되고 이어지는 데에는 이런 ‘참사랑’이 저변 깊숙이 버팀목으로 있기 때문이리라.

    자식은 항상 엄마를 찾고 또 부른다. 엄마의 가슴은 자식의 부름으로 늘 가득 차 있고, 그 부름이 거듭될수록 더더욱 자식이 깊이깊이 담겨진다. 자식을 밤늦도록 기다리며 타들어 가는 게 바로 엄마의 가슴인 이유다. 혹여 자식이 앞서 떠난다면, 엄마는 그 자식을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다. 엄마를 찾는 자식의 그 부름에 엄마는 자식을 늘상 느껴왔고, 자식의 그 짖음에 엄마는 그 자식을 당신 가슴팍에 고이고이 담아왔기 때문이다. ‘엄~마’

    엄마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자식은 엄마를 차가운 땅속에 그냥 묻을까?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자식이 엄마에게서 나자마자 제 목청에서 울려 나온 첫소리가 ‘엄~마’였고, 엄마의 ‘응~’하는 따스한 메아리를 듣고, 언제나 제 곁에 있는 엄마를 느끼며 커왔다. 그 때문에 자식은 떠난 엄마를 자신의 목청, 울대에다가 묻는다. 다시는 부를 수 없는 엄마…. 엄마가 더는 없기에 낼 수조차 없는 ‘엄마’ 소리는 자식의 울대 속에 그저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마~’

    자식이 점차 자라서 학교에 가고, 장가도 가며, 자식까지 낳고 살다 보면 어느새 초로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 자식이 ‘엄마, 꽃구경 가요~’라고 한다. 기쁜 마음에 늙은 엄마는 자식 등에 덜렁 업히고는 꽃구경이라며 기뻐 나선다. 흥겨운 엄마는 집을 떠나 정든 마을을 뒤로하며 꽃구경을 간다. 들판을 지나고 지나 어느덧 짙은 숲속 길로 들어서자, 불현듯 늙은 엄마는 고개를 떨군다. 잠시 후 엄마는 숲 길가 솔잎을 한 움큼씩 딴 뒤, 자식의 등에 업힌 채 길에다가 뿌리며 간다. 자식놈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는 한 움큼씩 뿌려댄다. 자식이 혹 산길을 헤맬까 해서다. 당신의 눈물에 젖어 던져지는 솔잎 움큼은 당신의 사랑만큼 진하고 질기게 숲길 위에 붙으리라. 바로 소리꾼 장사익의 ‘꽃구경’이다. 예전 고려장의 한 장면으로, 엄마를 산속에 버리러 가는 자식의 등짝 위에서조차 자식의 귀갓길을 걱정하는 엄마의 진한 사랑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오매, 오매, 우리 오~매~’

    ‘엄마’의 ‘엄’이라는 소리는 대자연의 소리인 ‘옴’에서 나온 것이란다. 이 ‘옴’은 ‘아, 에, 이, 오, 우’의 모음 5개가 모두 한데 어우러져 하나로 울려지는 소리로, 우주의 중심 소리이고, 그 중심에서 울려 나기에 불교에서는 태초의 소리라고 한다.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옴 마니 반메 훔(옴, 연꽃 속에 있는 보석이여, 훔)’에 ‘옴’이 있고, 이것이 바로 태초의 소리를 재현했다고 하겠다. 또 우리나라 범종의 딩~ 소리 후 울려 나오는 ‘웅~’ 소리도 ‘옴~’ 소리와 같은데, 퍼져나가는 종소리가 ‘옴~’에 가까울수록 우리의 마음을 깊이깊이 파집어 흔드는 까닭이다. 바닷속 고래의 울음소리 역시 ‘옴~’ 소리에 가깝다는 것은 실제 녹음한 많은 울음소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옴~’

    우리 창원시청 앞에 넓디넓은 로터리가 있다. 그 한가운데 옴~ 하는 소리를 내는 큰 종을 매달아 달자. 그리고 2시, 4시 등 짝수 시각에 그 종을 울리자. 디지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메마른 마음속에 아날로그 종소리는 각별하리라. 종을 달기 힘들면 스피커로라도 종소리를 들려주자. 그래서 우리 창원시민들의 마음이 엄마의 사랑으로 울리게 하자. 웬만큼 기획된 사랑 실천 캠페인보다 훨씬 더 효과가 높을 게다. 세상에 엄마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자식들이 이 험한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게, 솔잎 움쿰씩 태곳적 엄마 소리를 들려주자. ‘딩~’ ‘옴~ 옴~ 옴~’

    최규하(한국전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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