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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마흔까지만 버티면- 임현숙(창녕 갤러리DM 관장)

  • 기사입력 : 2020-02-12 20: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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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가 ‘더 이상 소설가나 작가라는 이름으로 이득을 얻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말 그대로 작가 활동을 중단한 것이다. 젊은 작가 상을 수상했고, SF, 판타지, 리얼리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발표하고, 문단의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성차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했었다. 올해 44세, 전도유망(前途有望) 한 이 젊은 작가가 활동을 중단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예술이라는 분야가 측정 가능하거나 통계로 설명되지 않지만 젊은 예술가들의 꿈은 대부분 자신이 동경하는 예술가와 같이 기성 ‘예술가’가 되는 것이다. 젊을 때부터 굳은 신념으로 예술인의 길을 걷는 것은 국가나 사회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원과 간섭을 팔 길이만큼 거리를 둔다는 뜻의 팔길이 원칙(지원은 하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젊은 작가들을 논평’하고 ‘평가하고 일침 놓는 분’들이 촉망받는 젊은 작가들을 ‘지치고 지치게’하는 것은 통상 40세 이하로 분류되는 이 시대 수많은 청년 작가들이 딛고 선 현실이다.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로 사망한 사건으로 제정된 일명 ‘최고은 법’으로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실시된 지 9년째 접어든다. 실제로 수많은 20~30대 작가가 냉혹한 현실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한 미래에 무시로 흔들린다. 특히 20~30대 예술가들은 ‘마흔까지만 버티면’ 어떻게든 자신의 재능으로 살아가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 나이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예술인의 권리를 갖고서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

    1948년 제헌헌법 당시부터 명시되어 있었으나, 사실상 하위법이 만들어지지 않음으로써 잃어버린 게 바로 ‘예술인의 권리’이다. 법안의 강화로 인해 예술 활동과 그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누릴 권리,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단체활동도 하고 신체적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예술할 권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지원에서 차등이 있으면 합리적인 이유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임현숙(창녕 갤러리DM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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