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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학교·부모·청소년이 함께하는 통일교육-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20-02-13 20: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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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일 통일부와 교육부가 지난해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통일이 필요한가’에 대한 우리나라 초중고 청소년들의 대답은 필요다하는 의견이 55.5%라고 한다. 10명이면 절반 정도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공감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할 대상인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청소년들의 대략 60%가 전쟁, 군사, 독재 등 과거 남북 대결구조 속의 이미지를 연상하고 있다.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43.8%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중도 35.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그렇듯이 이러한 수치들은 그해 그해의 남북관계 상황 등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2018년에는 훨씬 더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결과가 조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평생 통일문제를 연구해온 필자로서는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이 변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초중고 청소년들이 앞으로 통일미래시대를 열어나가는 세대라고 볼 때 청소년들이 통일문제에 대해 희망적인 사고를 불어넣어주어야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80%에 육박한다는 것은 국영수 문제풀이와 입시에 바쁜 우리 청소년들이 그나마 도덕이나 별도의 체험을 통해 통일문제에 대해서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계기를 통해 통일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통일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아직 정서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대부분 부모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한다. 부모가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만났던 지인은 어린 손주가 “통일을 하면 우리나라가 망한데요”라는 말을 하기에 누구에게 들었냐고 물었더니 엄마 아빠에게 들었다고 해서 좀 놀랐다고 했다.

    산업화, 민주화 이후 치열한 입시와 높은 취업문 속에서 처절한 경쟁을 경험한 젊은 부모 세대들은 통일이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거나 자녀 세대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인식될 경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기 쉽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들은 전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앞둔 자녀들의 인식에 그대로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이나 탈북자들도 동등하고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는 통일문제가 더 이상 당위가 아닌 개개인의 현실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다양한 체험활동 제공, 적절한 자료뿐 아니라 통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의식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도 ‘통일’이라는 이미지가 통일비용(10.9%)이나 사회갈등(10.6%)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평화와 화합(34.0%)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표출된 것은 그동안의 평화 유지노력 덕분이다. 당장의 통일이 어려운 현실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가운데 항구적인 평화상태를 구축하고 점진적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되어 핵 없는 평화구조를 정착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현재 북미협상이 교착 국면이지만 남북관계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면 북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북제재와는 별개로 우리 국민들의 개별관광이 실현된다면 남북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우선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이 허용되고 나아가 지난 금강산관광처럼 민간교류의 하나로서 남북관광교류가 실현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산 통일교육의 장은 없을 것이다.

    통일 전 동서독도 동방정책 이후 동서독 청소년 교류를 전개하였다. 일전에 만난 독일 학자는 전범국이자 분단국이었던 동서독이 자신들의 통일 염원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할 수 없었지만 교류를 통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통일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통일은 남녀노소, 남북을 구분할 것 없이 전체 민족의 단합된 염원의 결집으로 나타나야 한다. 북한이 조속히 핵포기 결단을 내리고 남북이 생명공동체로서 공존 공영하는 틀을 만들 때 가능하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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